숲의 끝, 삶의 시작

3부. 선택의 문

by 윤사랑

숲의 가장 깊은 곳, 그곳은 선택의 문이라 불렸다.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는 세 갈래 길이 있었다.

하나는 희망의 길 — 다시 살아가기로 한 사람들의 길.

하나는 존재의 길 — 그냥 살아보기로 한 사람들의 길.

리고 하나는 자연의 길 — 인간의 삶을 끝내고 자연의 일부가 되기로 한 사람들의 길.


죽음은 끝이 아니었다. 그곳에서는 죽음을 삶의 다른 시작으로 받아들였다.

몸은 사라지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나뭇결에 새겨졌고, 그들의 눈물은 이슬이 되어 아침마다 새로운 생명을 적셨다.


<마지막 선택>


그는 그녀와 함께 문 앞에 섰다. 살랑이는 바람이 숲을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나뭇잎들이 속삭이듯 흔들렸고,햇빛은 조용히 그들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그녀는 말없이 손을 뻗어 작고 연한 나뭇잎 하나를 그의 손에 올려놓았다.

그 나뭇잎은 아기살처럼 부드러웠고, 햇빛을 머금은 채 따뜻하게 손에 감겼다.


그것은 말 없는 인사였고, 작별보다 더 깊은 마음이었다.

그녀는 자연의 길을 택했고, 그는 희망의 길을 택했다.


그들은 서로의 선택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그녀가 숲 속으로 걸음을 옮기자, 바람이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 흘렀다.


그는 그 자리에 잠시 서서 손에 쥔 나뭇잎을 바라보았다.

그 나뭇잎은 그녀의 온기처럼 조용히 그의 손 안에서 숨 쉬고 있었다.


그가 숲을 벗어나려 할 때,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대신 그 자리엔 햇빛을 머금은 어린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 숲은, 삶을 끝내기로 한 사람들이 나무가 되어 이루어진 숲이었다.

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숲이 되었고, 그들의 존재는 빛과 바람이 되어 다시 누군가를 품고 있었다.

누군가는 다시 살아가기로 했고, 누군가는 그냥 살아보기로 했으며, 누군가는 자연의 일부로 돌아갔다.


그 모든 선택은 존중받았다. 그 모든 삶은 존재로 남았다.

삶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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