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릴 때, 언니를 걸리고 나를 업고 엄마는 장을 보러 수유리 시장을 돌았다. 수중에 돈 한 푼 없이…
엄마가 결혼을 하면서 은행을 그만두고 언니를 낳았다. 그리고 바로 나도 나왔다.
결혼하고 얼마 후, 아빠가 집으로 돈을 가져왔단다. 그냥 용돈인 줄 알고 며칠 만에 홀라당 써 버렸다. 금방 또 주겠지 했는데 안 가져오더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용돈인 줄 알았던 돈이, 한 달 월급이었다.
엄마는 아빠한테는 말을 안 하고 야곰야곰 엄마가 은행 다닐 때 모아둔 돈을 썼다. 그 와중에 동해안으로 갓난쟁이를 데리고 휴가도 갔다. 아빠 엄마는 잘도 지냈다. 아빠 엄마는 겨우 스물서너대여섯살이였다…
어느 순간 먹을 것도 없을 만큼 돈이 궁했다고 한다. 쌀은 시골 외할아버지께서 농사를 지어 그걸 가져다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당장 먹을 반찬도 없었다. 일을 하려 해도 그 당시에는 애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요구르트 배달 밖에 없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배달을 다닐 수는 없고 배를 곩는 날까지 생겼다.
엄마는 아이 둘을 업고 걸리고, 수유리 시장을 걸어 다니다 배추가게 앞에 흩어진 배추 이파리를 주웠다.
“새댁, 배추쓰레기는 왜 주워 담어?”
“집에 병아리 주려고요”
집에 키우는 병아리 주려한다니까 배추장수가 주위에 널브러진 배추 이파리를 더 쓸어 담아 주었다. 들고 올 수 있는 만큼 잔뜩 담아 들고 집으로 와서 깨끗이, 정말 초록색이 하얗게 될 때까지 닦았단다.
열심히 배추를 닦고 있는데 마당에서 언니랑 잘 놀던 내가 자지러지듯 울더란다. 분명 언니 보고 동생을 잘 보고 있으라고 했는데, 아빠 오기 전에 배추를 다 닦아야 하는데…
내가 넘어져 많이 다쳤다. 내가 너무 많이 울고 너무 많이 피가 나서 엄마가 언니를 그렇게 때렸단다. “동생 잘 보고 있으라고 했지!!”
아마도 바닥에 넘어진 건 엄마가 아닐까? 매 맞는 것도 엄마고, 우는 것도 엄마 자신이고, 시든 배추도 엄마이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도 엄마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