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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은 Aug 19. 2021

아빠가 자꾸 잠을 잔다

아빠의 새벽


아빠가 아침  시에 일어나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아빠와 같이   여덟  동안 아빠는  가족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셨다.


아빠는 아침 일찍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거나, 마당 잔디에 물을 주거나 (잔디에 물 주기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가 좋다고 나중에 아빠가 말씀해 주셨다. 해가 나면 잔디가 먹는 물보다 증발하는 물이 더 많단다) 해를 골고루 받도록 화초 방향을 틀어주거나 TV 영어 뉴스를 튼다. 아침부터 청소기를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방마다 다니며 일어나라는 말을 한 적은 없다.


어디 휴가를 간대도 우리 집은 아빠 등쌀에 새벽부터 움직였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동안 아빠는 이미 짐들을 차에  넣어 놓고 시동도 미리  놓고 기다리셨다.


아빠가 새벽이 아니라 한밤중에 깨어 있는 것을 본적이 몇 번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경기가 시차에 안 맞게 하는 경우이다. 불 하나 안 켜고 TV만 작게 켜고 혼자 보시는 것을 본적이 있다. 아빠는 나와 언니에게 같이 보자는 말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스포츠에 관심 하나 없는 엄마처럼, 딸들인 우리도 의례 관심이 없으리라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런 다음 날 새벽에도 아빠는 새벽같이 일어나셨다.


아빠는 그렇게 일찍 일어나지만, 아빠와 살면서 아빠가 낮잠을 주무시는 것을 나는   번도 보지 못했다. 사실 아빠가 어디 소파에라도 누워 있는  조차 나는  적이 없다.


결혼  우리 집에 오셔서 며칠 주무신대도 그렇게 답답하시다며 밖으로 다니신다. 특별히 하는 것도 없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닌다.  골목 돌아가면 뭐가 있더라,  상점은  이상한  같으니  근처는 가지도 말아라, 오늘은  아래까지 다녀왔다 그렇게 아침부터 몸을 움직이신다.


요즘 아빠가 틈만 나면 주무신다고 엄마가 걱정하신다. 아빠가? 낮잠을? 반문하며 놀랄 만큼 신기한 일이다. 아빠가 새벽이고 아침이고 점심이고 저녁이고 잠을 잔단다. 아직  아침마다 영어 뉴스를 틀었는지,  월드컵을 혼자 보셨는지,  새벽마다 혼자 일어나 계셨는지,  직접 깨우지 않았는지 들어보지 못했는데잔디에 물주기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가 좋다는것 밖에  모르는데..


아빠의 아빠가 제대로 아빠 노릇을 하지 못했는데 아빠는 어디서 아빠 잘하는 법을 배웠는지 아직  물어봤는데

아빠가 자꾸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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