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마세요"
"그렇게 자꾸 나 쳐다보지 말라고요"
팅팅 부은 얼굴을 국그릇 안에 넣고 입안 가득 질 좋은 산모용 미역을 꾸역꾸역 욱여넣으며 말한다. 엄마 쪽을 보지 않아도 엄마가 나만 계속 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엄마가 장조림 종지나 김치 그릇을 내 쪽으로 슬금슬금 밀어 놓는다.
몇십 년간 먹어온 엄마 반찬 무슨 맛을 본다고 또 한 젓갈 두 젓갈 뜬다. 수저를 내려놓자 물컵도 쓰윽 밀어 놓으신다. 물까지 마시고 일어난다.
엄마가 차려주신 밥을 다 잘 먹고는 빈 그릇을 내려보며 자괴감이 든다. 살려고 먹는 것 좀 봐. 진짜 비호감이다. 참 골고루도 먹었네. 오래오래도 살겠다.
이에 낀 국거리 양지를 씁씁, 바람과 진공과 혀로 꺼내고 그마저 삼킨다. 더 비참하다. 그것마저 먹겠다고 쯥쯥거리다니. 그러다 마주친 엄마의 눈에 이때다 싶은 빛이 보인다. "괜찮니... 너 괜찮아?"
이상한 타이밍에 터져 버렸다. 냉면 그릇만 한 국사발을 다 비운 게 어이없었고, 입으로 쓰읍 소리를 내며 이 사이 고기까지 삼킨 나 자신에게 순간 너무 짜증이 났다.
이 와중에 남들 하는 거 다 하네. 잘 먹고 사네. 아니면 그냥 너무 일상적인 나를 들킨 것이 무안했는지도 모르겠다.
"괜찮냐고? 내가 왜 괜찮아. 내가 어떻게 괜찮아. 엄만 왜 나한테 괜찮냐고 물어봐? 안 괜찮은 거 뻔히 알면서 왜 물어. 그런 걸 왜 물어!"
터졌다. 방언이 터졌다. 망언이 터졌다. 화는 나에게 났는데, 소리는 엄마에게 지른다.
"안 괜찮은 건 아기인데 왜 나한테 괜찮냐 안 괜찮냐 묻냐고오. 엄만 아무것도 모르잖아, 엄마는 아픈 자식이 없잖아!"
엄마는 아픈 자식 없잖아? 이게 할 말인가. 어이없어 그만 주저앉는다.
이미 아까부터 작정하고 울 생각이었나 보다. 미역국만 삼킨 줄 알았는데 아까부터 울음까지 꾸역꾸역 삼켰나보다.
양반다리로 자리 잡고 앉아서 부엌 바닥에 머리를 박고 운다. 비둘기가 느린 동작으로 바닥에 있는 모이를 쪼듯, 반복적으로 머리를 땅에 받으며 곡을 한다. 한쪽으로만 기우는 고장 난 오뚝이 마냥, 엉덩이 반동을 이용해 머리를 들었다 조아렸다, 온몸으로 운다.
그래, 왜 안 우나 했다. 그동안 잘 참았다. 엄마는 그런 나를 안아주지도 못한다. 위로도 못 한다. 억지로 억지로 덮어 놨는데... 한번 벌어진 상처는 무섭다. 고름인지 핏덩이인지 내뿜는 상처엔, 위로하려는 마음도, 손길도 맥을 못 춘다.
그렇게 각자 자리를 지킨다. 각자의 자리에서, 먹은 미역을 쭉쭉 게워내듯 운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이유로 통곡을 한다. 나는 땅을 치고, 엄마는 가슴을 치고....
나는 아픈 내 새끼 때문에, 엄마는 아픈 새끼를 방금 낳은 자기 새끼 때문에...
신생아 중환자실 플라스틱 상자 침대 앞 이름표엔 이름이 없다. 행여 이름이 입에 붙을까, 정이 붙을까 아무도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냥 엄마 성씨 옆에 '아가'라고 쓰여 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괜찮아질 거야.... 서로를 위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