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네-하완'을 읽고
오랜만에 너무나도 재밌는 책을 읽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적당히 사회비판도 하고, 진지한가 싶으면 바로 웃음을 자아내고 마는 그의 글들이 참 재미있어서, 한숨에 읽어 나갔다. 글이 좋은 건 저자의 생각들이 좋아서 그런 거겠지? 글도 좋았지만, 그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참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만큼의 용기가 없어서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꼭 해보고 싶다.
저자는 마흔을 맞이하며 사표를 던진다. 앞으로 작정하고 열심히 안 살기 위해서.. 열심히 안 산다는 건 작정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읽으면서 느끼게 됐다. 우리는 너무 열심히 산다. 그리고 열심히 안 살면 이상한 사람이 되곤 한다. 이상하기만 한 게 아니라, 사회에서 뒤처지고, 자기 할 일 못하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그렇게 사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 중에 하나다. 주변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무례함과, 참견(사실 크게 걱정하는 것도 아니면서)을 이겨내야 하고, 자기 자신에게도 지금이 괜찮다는 걸 계속해서 상기해야만 한다(계속 불안할 것이다). 저자는 그때 썼던 이 글들이 책으로 나왔고,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앞으로도 열심히 안 살아도 되는?(사실 정확히는 모른다) 상황이 되긴 했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열심히' 사는 삶으로 돌아가게 되기도 할 것이다.(저자도 중간중간 다시 '열심히' 살아야 하면 '열심히' 살겠다고 하긴 한다.)
인생 정답도 없고, 원하는 대로, 자기 속도대로 살면 되는데, 사회는 조금 다른 사람들은 다르다고 이상하게 보고, 느린 사람들은 느리다고 모자란 사람 취급한다. 저자도 자기는 느린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혼자 외로우니 느린 사람들 함께 가자고 한다. 왜 이런 글들이 위로가 되는지 생각해 보면, 내가 혼자 느린 건 아니라고, 내가 혼자 돈 없는 건 아니라고, 내가 혼자 고군분투하며 사는 건 아니라고 나도 이러고 산다고 말해주는 누군가를 만나서 인 게 아닐까? SNS를 열면, 다 좋은 사진뿐이다. 멋진 옷을 입고, 멋진 곳을 가서, 멋진 사람들과 찍은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 보니 SNS를 보고 있으면, 나만 뒤처지는 느낌을 안 받기가 힘들다. 나도 한 장 사진을 올려볼까 하고 사진첩을 뒤적여보지만, 너무 현실적인 사진들만 있는 내 사진첩에는 올릴 사진이 없다. 화장이라도 하고 다닐 걸이라고 이제 와 후회해 보지만, 앞으로도 안 하고 다닐걸 안다. 이러한 현실에서 누군가가 나도 너랑 별반 다르지 않아라고 말해주고, 심지어 한발 더 나아가서, 회사도 관두고(누구나 꿈꾸는) 한번 작정하고 열심히 안 살아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열심히 안 살아도 살아갈 수 있음을 알리는 글을 올려준다.
올 한 해 나는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었다. 아직도 내가 부족했구나, 저 사람들은 이걸 더 했네, 좋아 이것도 추가! 시간을 너무 대충 쓰면서 살았네, 좋아 시간관리 추가! 이것도 더! 저것도 더! 더! 더! 더! 해보자를 외쳤는데,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읽는 순간, 어!!! 아!!! 했다. 저자처럼 회사를 관두고, 적극적으로 열심히 안 살기 위해, 들어오는 일도 안 받는 용기는 나에게 없다. 나는 통장에 찍혀있는 잔고가 줄어드는 꼴을 못 보는 인간이고, 내 직업 없이, 나 자신만으로 떳떳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저자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솔직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이 세상에 너만 찌질하고 힘든 거 아니라고, 그리고 이상한 거 아니라고, 아주 지극히 정상인 거라고, 나도 그렇다고, 너랑 똑같다고 말해주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