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나를 감싸주는 느낌이 주는 포근함이 고플 땐 목욕탕이지!
어릴 때 주말이면 엄마손을 잡고 목욕탕을 갔었다. 뜨거운 물에는 잠시만 있다가 나와서 챙겨간 인형을 목욕시켜 주기 바빴다. 엄마는 본인도 씻고 나와 언니까지 씻기느라 정신이 없었고, 언니와 나를 교대로 씻기다 보니 엄마의 손에서 빠져나오면 물놀이를 하던 인형놀이를 하며 놀았다. 거기다 목욕 다 하고 나오면 마시는 음료수와 집에 가는 길에 있던 퐁퐁이(방방이)를 엄마를 잘 조르면 탈 수 있어서 목욕탕 가는 길은 언제가 즐거웠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엄마보다는 친구와 함께 목욕탕을 가는 빈도가 늘어갔다. 친구와 가면 항상 했던 것은 사우나에 들어가서 오래 참아보기와 찬물에 들어가기와 같은 평소에는 잘하지 않지만, 어른들은 하기에 나도 한번 해보고 싶던 것들을 함께 도전해보곤 했었다. 친구와 목욕을 갔다 오는 길엔 떡볶이 집에 들러 함께 떡볶이와 어묵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이 되었을 땐 찜질방이 유행을 하며 친구들과 밤을 새우고 놀고 싶을 때 가기 좋은 장소가 되었었다. 아니면 심야영화를 보고 차가 끊겼을 때 간단히 씻고, 찜질방에서 파는 간식들을 먹고 나서 잠시 눈을 붙이고 나오기 좋았다. 물론,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췌한 몰골로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첫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 나면 자고 일어나서 왜인지 다시 씻기도 했지만 말이다.
한국에서 목욕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이고, 어릴 때부터 목욕탕을 다니다 보니, 목욕탕에 간다는 건 나에겐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목욕문화가 우리나라처럼 있는 다른 나라를 가게 되면 그곳의 목욕탕을 꼭 들리곤 했다.
독일 바덴바덴이라는 곳은 혼탕이 유명하다기에 찾아가 보았지만, 결국 입장하지 못하고 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곳만 들어갔었던 기억, 아이슬란드에 있던 블루라군이라고 하는 자연온천을 갔던 기억, 일본의 료칸에 가족들과 다 함께 갔던 기억까지 목욕탕에 대한 많은 기억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장소를 물어봤을 때 나는 목욕탕이 떠올랐다. 어느 곳에 위치해 있던, 작던 크던, 시설이 좋던 낡았던, 목욕탕은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좋다. 그리고 그런 외향적인 차이에 따라서 그곳을 찾는 사람들도 다양해서 새로운 곳에 가면 그곳만의 목욕탕을 꼭 찾아가 보게 된다.
새로운 곳에 갔을 때 목욕탕을 찾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나는 목욕탕을 자주 가는 편이다. 특히, 몸이 찌뿌둥하거나, 머리가 개운하지 않은 날,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오면, 피로는 물론이고 머리까지 개운해진다.
목욕탕문화가 없는 미국이라는 나라로 와서 살면서 목욕탕을 자주 찾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것 중 하나인데, 큰 도시에 가면 찜질방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몇 군데를 찾아가 보게 되었었다. 외국인들은 나체로 들어가는 목욕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었는데,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주 오는 사람들이거나, 이미 알고 와서 그런지 모두 자연스러웠었다. 서로의 몸을 쳐다보지 않기 위해 서로가 노력하는 것이 보였지만, 목욕탕에 몸을 담그고 사우나를 들락거리는 것이 영락없이 한국에서 보던 모습이었다. 거기다 세신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번호를 받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세신사들이 7-8명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신을 받으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었다. 세신 받는 걸 좋아하는 미국인에게 물어보니, 때 밀고 나서 피부의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아서 받을 수 있을 때면 꼭 받는다는 말을 듣고, 때 밀고 나서의 그 보송함을 그들도 안다는 사실에 괜스레 뿌듯하기도 했었다.
이번주는 참 목욕탕이 고프다. 집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탕처럼 탕목욕을 즐겨보기도 했지만 목욕탕 갔을 때의 그 맛을 집에서 재연하긴 힘들다. 일단 몸을 푹 담글 수가 없어서 다리만 담그거나 윗몸만 담그거나 하며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해야 하는 것부터가 이미 틀렸고, 목욕탕보다도 사이즈가 훨씬 작음에도 불구하고 목욕탕만큼 공기가 따뜻해지지도 않는다. 원하는 40도의 온도를 맞추기도 힘들어서 집에서 하는 전신욕/반신욕은 나의 욕구를 다 충족시켜주지 않는다.
오늘처럼 머리가 복잡한 날 탕에 들어가서 하~~ 이거야! 하며 가만히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기고 싶다. 따뜻하게 나를 감싸주는 느낌이 주는 포근함이 고픈 하루다.
사진: Unsplash의Jeff She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