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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날자 Jun 07. 2024

느리면 어때 끝까지 하는데

힘들다, 아이고라는 구령에 맞춰 얼쑤! 

유튜브로 50분짜리 요가수업을 틀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제목을 보고 가볍게 스트레칭만 하는 줄 알고 시작했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마무리했다. "아 힘들어", "아이고아이고"를 연발하였지만, 중간에 끄지 않고 마지막 동작인 사바아사나(송장자세)를 하고 나마스떼로 유튜브 안에 있는 요가선생님에게 인사까지 하고 유튜브를 껐다. 


최근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기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하고는 있지만, 성과가 도대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는 속도가 불만족스러웠다. 이런 거북이 같은 속도로 가는 게 맞는 건지 답답했다. 답답했지만, 거북이다리를 가지고 많이 찢어봐야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는 보폭은 정해져 있기에 최대한 찢는다고 찢어봤지만, 거기서 거기였다. 빠르게 가는 방법은 진짜 없을까? 이것이 최선은 아닐 것 같은데, 거북이 다리에도 모터를 달 수 있지 않을까? 등등을 생각해 보았지만,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함이 가시지 않았다. 


요가는 코로나 기간 동안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시작하게 된 운동이었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빈야사 요가나 하타요가는 생각보다 운동이 많이 되어서 최근까지 꾸준히 하게 되었다. 자세교정에도 효과가 좋은데, 근력까지 만들어 주니 뻣뻣한 나에겐 꼭 필요한 운동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하다 보니 시루시 아사나(물구나무서는 자세)도 아직 잘 못하고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아치모양으로 배를 가장 위로 들어 올리는 자세)는 최근에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아치모양이 아닌 사각형 모양이라 갈길이 멀지만, 바닥에서 떼지 못하던 머리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사실 요가 역시 코로나 기간부터 했으니 벌써 4년을 한 셈이다. 아직도 중급을 못 간 것 같은 느낌에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골반과 어깨는 많이 열렸고, 허리에는 힘이 생겼고, 다리 뒷부분은 유연해져서 예전에 안되던 자세들을 많이 할 수 있게 된 건 사실이다. 거북이지만 꾸준히 가봤더니 출발선에서 상당히 많이 가있던 것이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꾸준히 하는 나를 대단하다 말해주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사실 나는 효과가 없이 꾸준히만 하는 게 뭐가 대단한 건가라는 생각을 종종 해왔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단위로 보았을 때 성과가 없었던 것이지, 긴 시간 단위로 바라보면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한참을 가야지만 보여서 그렇지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없다. 주변에 있는 자연도 마찬가지다. 조금씩 깎이고 있는 바위들로 인해서 지형은 예전과 다르고, 조금씩 자라고 있는 새싹들은 어느 날 보면 훌쩍 자라 있다. 매일 자라고 있는 손톱처럼 모든 건 조금씩 변하고, 그 조금이 쌓여서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걸 오늘 아이고를 연발하며 끝까지 요가를 하고 사바아사나를 하며 누워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고 힘들어, 이 말이 나에겐 어쩌면 힘내자, 영차와 같은 말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 구령에 맞춰 끝까지 몸을 움직여왔다. 요가뿐만이 아니다. 뭔 말인지 모르겠어라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시작했던 일들이 지금은 어느 정도 알아듣고 있는 걸 보면 이것 역시 성장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분명 더 빠른 방법이 있을 텐데.. 이렇게 느리게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아쉬움과 볼멘소리가 올라오지만, 적어도 변한 것을 인지했던 오늘은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느리지만 끝까지 하고 있는 나를 칭찬해 보자고. 느리면 어때, 멈추지 않는데!! 아쉬운 부분은 언제나 존재할 테고, 그 부분만 바라보면 부족함만 보일 거라고


요가를 하지 않았다면 똑바로 서서 상체를 숙였을 때 바닥에 손을 터치하지도 못했을 내 손이 심지어 손바닥이 바닥에 붙어있는 것을 바라보며 말해봐야겠다. 거봐! 이만큼 하게 되었잖아! 안 했으면 1센티도 안 변했을걸? 


사진: UnsplashKris-Mikael Kri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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