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야날자 May 05. 2024

시간도 쓰고 열심히 하는데 실력이 안 는다면

내가 내 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아야 할 때, 재미와 당연함이 있는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반에서 수학(그때는 산수였지만..)을 다 맞은 학생이 아무도 없을 때 나는 만점을 맞았고, 그것이 빠르게 소문이 났다. 그 뒤로 나는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되었고, 수학문제를 풀고 이해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고등학생 때도 다른 과목에 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항상 높은 점수를 받았고, 수학은 어려운 것이 아닌 재밌고 잘하는 과목이었다.


수학을 잘했기에 대학교도 수학과 관련된 학과를 찾다가 공대로 진학하게 되었고, 그곳에서도 학과 수업을 따라가는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대신 흥미롭지는 않아서, 결국 대학원을 다른 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역시 수학과 관련된 학과였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지원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었다.


하지만 수학이 더 이상 재미있지 않았진 것은 그때부터였다. 함께 대학원에 진학한 모든 다른 학생들은 대학원과 동일한 과 출신이었고, 나만 다른 과 출신이어서 나는 수업과정을 따라가는데 애를 먹었다. 이미 안다고 가정하고 진행되는 수업에서 왜 이게 이 건지 친구들에게 매번 물어봐야 했었고, 힘에 부쳤었다. 전공을 바꾼다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이미 학기는 시작됐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은 줄줄이 있었고, 첫 번째나 두 번째 학기 전까지 종합시험을 통과해야 대학원과정을 계속할 수 있었기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암기뿐이었고, 필사적으로 외웠다.


암기를 했으니, 시험은 통과를 했고,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이것이 왜 이런지에 관한 완벽한 이해하지 못했고, 새롭게 배워야 하는 것이 계속해서 쏟아졌기 때문에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가곤 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2년 안에 과정을 마쳤고, 내가 쓴 석사 논문으로 학회에 가서 발표도 하며 열심히 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유학을 결심하고 있었기에, 나는 석사를 받은 과로 유학을 가기 위해 지원을 했고, 그렇게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을 가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었다. 딸리는 영어로 수업을 받으려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는 더디게만 보였다. 왜 나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실력이 이렇게 안 느는 것일까? 가끔씩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남들보다 실력이 부족한가 보다는 생각만 하며, 중간은 가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뿐이었다.


몰입에 대해서 언급하는 책들을 많이 봤었다. 몰입해서 일하면 실력이 늘고, 실력이 늘면 잘하게 되니 일이 재밌어지고, 일이 재밌어지면 삶에 대한 만족감도 따라온다는 내용은 반복해서 여러 번 나왔었다. (나는 최근에 일에 대해서 고민을 좀 많이 했고, 이런 책들을 많이 찾아보긴 해서 더 자주 보게 되긴 했었다.) 좋은 내용이라 생각하며 줄도 그으면서 읽었지만, 몰입을 도대체 어떻게 더 잘하는 건데?라는 질문만 있었을 뿐 방법을 몰랐었다. 그러다, 운동하며 틀어놓았던 유튜브에서 내가 읽었던 책의 저자가 나와서 책소개도 하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곳에서 하는 말이 그날따라 내 귀에 꽂혔다.


노력이 결과가 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즐겁지 않아서다. 즐거워야 몰입할 수 있다.(중략)

이 즐거움의 본질은 '잘함'이다. 우리는 뭔가를 잘하게 될 때 즐겁다. 이 '잘함'이 '재미'보다 지속력이 강하다. 재미난 것을 할 때는 즐겁다. 하지만 그 재미난 것을 내가 남보다 잘할 때 흥미를 느끼고 계속하게 된다. 그러면서 더욱 성장하게 된다.(중략)

노력한다고 실력으로 모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노력을 해도 누구는 아마추어 선수로 머물고, 누구는 손흥민 같은 최고의 선수가 된다. 그 이유는 노력이 아니다. 즐거움의 차이고, 몰입의 정도며, 그로 인해 생기는 자신감과 당연함의 유무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 이유는 이 당연함을 당신이 허락하지 않아서다. 당연히 그렇게 된다는 것을 허용할 때, 인생이 그렇게 될 것이다.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낭 존중한다 - 이하영>


중요한 걸 간과하며 살아왔다. 예전엔 재밌게 했고, 내가 수학을 잘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기에 잘하는 것도 당연했고 재미있었던 건데, 지금은 재미있다 느끼지도 못했고, 이 일은 버거워라는 생각이 더 많았다. 잘하고 싶어 열심히도 하고, 시간도 많이 썼지만, 버겁다는 마음이 더 크니 재미가 있을 리 없었다. 내가 버거워하는걸 남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웠고, 그걸 감추기 위해 노력했지, 내가 이것이 왜 이런지 나의 호기심으로 알고 싶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어느 정도 '정당히' 하게 되었다. 이 정도 알면 이 정도까지는 설명할 수 있으니 괜찮겠지? 그리고 내가 모르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옆에서 도와주겠지 뭐.라는 생각으로 임해왔었다. 


시간은 계속 쌓여갔지만, 이 분야에 전문가야 라는 소리가 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전문가로 바라보면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왜 이 정도밖에 안 될까라는 생각에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는데 저 문장들이 그날따라 귀에 꽂혔고, "아!! 재미!! 당연함! 이 빠졌잖아!"라는 말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재미'와 '당연함' 말고 사실 여러 이유가 더 있을 것이다. '제대로'가 아니라 '적당히'하려고 했던 점, 내 일이라는 '책임감'보다는 남에게 의지하고 시키는 것만 하려고 했던 점, 나는 외국인이니까라는 핑계를 됐던 점등등 다른 이유가 많이 있겠지만, 이러한 다른 이유들은 내가 이 일에 재미를 느끼고 내가 나를 전문가로 당연히 여긴다면 알아서 해결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뻔한 사실인데 왜 이런 뻔한 사실을 나에게 적용하기는 왜 이리 힘들고 계속 까먹게 되는지 모르겠다. 오늘 포스트잇에 "HAVE FUN"이라고 큼지막하게 써서 컴퓨터옆에 잘 보이게 붙였다. 까먹지 말라고, 재밌게 일하라고 그리고 이 일은 너의 일이라고 매일 얘기해 줘야겠다.

                    

사진: Unsplashcharlesdeluvio

이전 11화 10년 전 당신은 지금과 똑같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