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사랑하게 해 주세요
2013.6.26
식구들을 모두 내보낸 후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무심하게 채널을 돌렸다. 아침 토크쇼에 한 스님이 출연했었다.또 힐링 나부랭이인가, 돌리려다가 그냥 봤다.
“내가 나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라고 계속 외치면 어느 순간 눈물이 줄줄줄 흐르는 때가 있어요.”
저런 궁상맞은 짓을 대체 왜 한단 말인가, 생각한 주제에 나는 노트에 그 말을 적었다. 그래놓고는 며칠에 한번, 몇 주일에 한번 꺼내보곤 했다. 지독히 우울한 날에는 무의식적으로 그 말을 끼적거리거나 마음속으로 되뇌어 보기도 했다.
‘내가 나를 사랑하게 해 주세요’
‘내가 ↗나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ㅋㅋㅋ
그래봤자 여전히 웅덩이에 가라앉은 진창 같은 기분의 날들이 계속되었다. 도서관에 가서 무심히 책을 뽑아서 자리에 앉아 읽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이었다. 지겨우리만큼 농밀하고도 수다스러운 그녀의 성토를 읽던 나는
갑자기
쏟아지듯 울어버렸다. 밤 10시가 가까운 시각.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 홀로 앉아 그렇게 나는 울었었다.
그것은 어떤 반가움, 그리고 미안함 같은 것이었다.
가장 차가운 맨땅에 던져 버렸던, 누구보다도 함부로 방치했고 가혹하게 비난했던
나의 영(靈) ..같은 것은,
영원히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나 자신에 대한 애정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 받아들였던 어린 시절의 맑은 눈은
그렇게 다시 나를 찾아와 준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껍데기 같던 나는
그렇게 조금씩 나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나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란 주문이
통한 모양이었다.
<12~3년 전에 쓴 글입니다. 너무 힘든 시절에 쓴 글이라서 그냥 올리지 말까 하다가 예전과 지금의 변화를 담고 싶어서 올려두었습니다.^^
얘가 전에는 이렇게 살았구나~정도로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