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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력 : 【명사】 속에 간직한 든든한 힘. 숨은 힘

시계 보기

by 김형록

아침 7시 30분이 되었다.

엄마는 나솔이가 좋아하는 앵그리 버드 손목시계를 가지고 시간을 가르치고 있었다.


엄마 : 나솔아, 지금 7시 몇 분이야?


나솔 : 추워 -.-


엄마 : 딴소리 말고 지금 몇 분이야?


나솔 : 쉬하고 올게.


엄마 : 자, 쉬했으니깐 몇 분이야?


나솔 : (한참을 뚫어지게 보더니) 이 시계 고장이 났어. 초바늘은 움직이는데 긴 바늘하고 짧은바늘은 안 움직여.


엄마 : 고장 안 났어. 몇 분이야?


나솔 : 밥 먹자.


엄마 : 야! 30분이잖아~ 30분!!! 30부우우운~~ 7시 30분!


나솔 : 알았어. 7시 30분.


엄마 : 이렇게 하면 1시 30분, 이렇게 하면 2시 30분, 이렇게 하면 3시 30분 이렇게 하면 4시 30분 이렇게 하면 5시 30분…. 이해했니?


나솔 : 응.


엄마 : 좋아, 그럼 이렇게 하면 몇 시 몇 분이야?


나솔 : 9시 30분.


엄마 : 좋아, 아주 잘했어. 이렇게 하면 몇 시 몇 분이야?


나솔 : 11시 30분.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 엄청나게 커지면서 급속도로 이해하고 빨리 답한다)


엄마 : 그래, 바로 그거야. 참 잘했어. 이제 알겠지?


나솔 : 응.

(갑자기 소매로 두 눈을 가리고 울음을 크게 터뜨리며 시계를 들고 아빠한테 안겨서 앙~앙~ 운다)


아빠 : 나솔아 참 잘했어. 근데 도대체 왜 우는 거야?


나솔 : 엄마가 내 앵그리 버드 시계 망가뜨렸어. 봐, 안 움직이잖아. 이젠 초바늘도 안 움직이고 아예 아무것도 안 움직여~ 우아앙~ 앙~앙~ 엉~


아빠 : 아냐! 아냐! 망가뜨린 거 아냐. 울지 마. 이렇게 하면 정상적으로 잘 가. 봐~ 똑!!

(옆에 시간을 조절하는 태엽 나사를 쏙 집어넣었다)


나솔 : (눈에는 눈물이 코에는 콧물이 입에는 아침밥과 함박웃음이 가득)


* 다급하면, 필요하면, 눈 돌아가면, 저절로 다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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