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임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일주일 간의 이론 교육이 마무리되고 첫 현장으로 뛰어드는 날이었습니다.
전 날 구매한 작은 검은색 반투명 표지의 노트를 챙기며
모든 것을 적고 흡수하겠다는 무모한 다짐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신입교사는 일주일간의 현장교육이 있으며
1일, 2일 차 : 관찰하기
3일 차 : 참여하기
4일 차 : 반일 수업 하기
5일 차 : 종일 수업 하기
로 이루어진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
그렇게 담임도, 실습생의 신분도 아닌 채로 현장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짐 가득한 노트에
일과 운영 시간, 교사 상호작용, 아이들의 반응 등
쉴 새 없이 떠다니는 말풍선들의 멱살을 잡고 마구잡이로 노트 안에 구겨 넣은 후
집에 돌아가거나 퇴근길에 있는 자그마한 카페에서 그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1일, 2일,,
아이들이 말 거는 상황을 뿌리쳤고
3일,,
리액션 기계처럼 아이들의 말에 반응했으며
4일,,5일,,
“이 사람은 대체 누군데 나랑 같이 있지?”라는 의문 가득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견디고 이 시간을 버텼습니다.
차라리 빨리 담임이 되어 책임감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남은 채
현장교육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현장교육의 마지막 날, 드디어 해방이라는 생각에 짐을 싸고 도망치듯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그때 발을 돌렸어야 했는데..
잠을 자기 전 일주일을 정리하기 위해 기록 노트를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 날은 제가 겪은 금요일 중 가장 싸하고 힘든 마음으로 보낸 금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라는 생각에
“해도 괜찮은 실수”
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 직장에서 야무진 모습만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보통이긴 하다만, 나름의 회피였을까요.
일주일 후
본격적인 출근이 시작되었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계시던 선생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혹시,, 검은색 노트 보셨을까요,,?”
약 3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선생님의 책상 서랍에 있던 노트가 저에게 건네졌습니다.
“감사합..”
첫 사회에 나온 노트가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런 노트를 구해 준 우리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달하던 중
“선생님 J 아니죠? J는 이런 거 안 놓고 다니지~”
저도 나름 MBTI는 과학적이라는 사실에 동의하는 편이지반
이렇게 사람을 무시하는 데에 악용될 줄이야..
저는 농담 섞인 말이라는 것에 약간의 위안을 얻고
잘린 감사 인사를 다시 전달하려는 찰나
교사실 전체에 웃음이 퍼졌습니다.
웃을 수도, 정색할 수도 없는 분위기에
저는 바보같이 웃고 말았습니다.
그 짧은 몇 초의 시간이 저의 교사 생활의 시작을 더더욱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언젠가
“나를 낮추는 농담에 화낼 힘이 없다면 웃지 않는 것이 최고의 방어이다”
라는 말을 들었는데..
저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큰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냥 사회 초년생의 피해망상 아니야?”
“난 더 한 얘기도 들었어~”
하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사회 초년생’ 이기에 더 모질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모든 상황이 처음이라,
야들야들한 그 두 손으로
막상 집어 든 책임에 잔인한 무게감을 느끼지만
무게를 외면하고 견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런,
단지 그런,
무식한 ‘사회초년생’ 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