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와 친해지기 프로젝트
보라(만 2세)
- 보라색, 공룡을 좋아함
-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때 폭발적으로 감정을 울음으로 표현함
- 교사와 이야기를 나눌 때 집중이 어려우며, 뚜렷한 소신이 있음.
- 보육실 내,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기억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계획이 있음
- 애교가 많음..(귀여워)
보라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보라를 알아야 했습니다.
노트에 생각나는 대로 5가지를 적어본 후 대학생 때의 전공 책을 펼쳐 글을 읽고, 비교했습니다.
고작 일주일을 함께한 보라와 친해지기란 정말 어려웠습니다.
이때 책에서 충격적이고, 반짝이는 문장 한 줄이 저를 끌었습니다.
“스킨십을 하세요”
스킨십..?
예측 불가능한 아이와 스킨십이라뇨
일주일간 보라가 저에게 보여준 모습은
울며 소리 지르기..
친구 밀기..
불편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 웃고, 박치기하기..
정도인데..
아이와의 스킨십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저의 머릿속은 더 어질러졌습니다.
정돈이 필요했습니다.
주말 동안 머리를 부여잡고,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짜냈습니다.
드디어 틀이 잡힌 저의 프로젝트는 단 3가지였습니다.
1. 시도 때도 없이 사랑한다고 말하기
2. 하루에 3번씩 진심을 다해 안아주기
3. 마음 읽어주기
정리하고 보니 실소가 흘렀습니다.
이렇게 당연하고 쉬운 방법을 그렇게나 고민하고 공부했다니..
저는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공부했고, 아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했기에 더 쉬운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당장 다음날인 월요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보라는 항상 쌍둥이 여동생 파랑이와 함께 이른 등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보라와 있을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월요일 출근길이었지만
기대가 되었습니다.
아이의 등원이 설렜습니다.
출근 후
호출벨이 울렸고,
아이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설렘을 이기지 못한 다리와 몸은 이미 현관으로 가있었고
달려오는 아이를 힘껏 껴안았습니다.
정확히는
껴안아 들어 올리고,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저의 특별한 이벤트에 아이는 밝게 웃었습니다.
아이의 웃음을 눈높이에서 본 첫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의 한쪽 볼에만 들어간 인디언 보조개는
내려다볼 때보다 더 깊고, 맑았습니다.
저는
“보라야~ 주말 잘 지냈어? 너무 보고 싶었어~”
라고 진심을 다해 아이를 꼭 껴안으며 이야기하였습니다.
아이는 저와 눈을 마주치고 밝게 웃으며
“나도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신체적 뿐 아닌 감정적인 접촉이 보라와 저를 통해 이루어졌고,
소중한 감정을 나누었습니다.
저절로 보라에게
“선생님은 보라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 사랑한 만큼 더더 보고 싶었어”
라고 이야기 하며 사랑고백을 하였습니다.
아이는 행복을 전달받은 표정을 지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미소와 사랑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하니
아이와 저 모두 안정적인 하루가 될 것만 같았습니다.
예상은 예상일 뿐이었지만 말입니다.
놀이 중 갑자기 보라는 친구가 놀이하던 놀잇감을 무너뜨리며 큰 울음을 보였습니다.
주저앉고, 소리 지르며 우는 보라의 모습을 보니 프로젝트를 실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천천히 보라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보라야 왜 울어?”
조심스럽게 물은 저의 질문에
보라는 기다렸다는 듯
“아니~@#$@%^^&%&@!”
울면서 내뱉는 억울함에 저는 보라의 이야기를 듣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저는 보라에게
“보라 많이 속상했구나? 선생님은 보라 마음 알고 싶은데 보라가 울면서 이야기해서 잘 듣기가 어려워,, 울지 않고 이야기해 줄 때까지 기다릴게 ”
라고 저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던 중에도 의심이 되었습니다.
나의 진심을 솔직히 이야기한다고 해서 이 아이가 알까
더 자극하는 말이었으려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저의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보라는 작은 두 손으로 떨어지는 눈물을 애써 닦고 저에게 와
“아니 철이가 내 놀잇감 무너뜨려서 마음이 너무 속상했어 ”
놀랐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이고 정확한 언어로 저에게 마음을 설명해 주다니요.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저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보라가 정말 많이 속상했겠다. 열심히 만들었을 텐데"
하며 아이의 마음을 말로 구체화해 주었습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 가득한 눈망울을 한 채 저를 꼭 껴안았습니다.
저는 아이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그렇지만 다른 친구 것을 똑같이 무너뜨리면 친구 마음이 어떨까?"
하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저를 쳐다보며
"속상해.."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한번 더 놀랐습니다.
누가 울면서 이야기하냐고 윽박지르지 않아도
친구 놀잇감 무너뜨리는 건 나쁜 아이가 하는 행동이라며 다그치지 않아도
아이는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단지 아이의 속상한 감정을 꺼내어 '언어'로 전달해 읽어주었을 뿐이죠
이후로도 저는 보라의 감정이 다르게 표현될 때면
올바른 표현을 찾아주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보라와 말입니다.
만 2세.
양육자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할 시기라고들 합니다.
역할을 부여받게 되면 수행해 내기 급급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 또한 첫 사회생활에 들어서며
하나의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고
'해내야겠다'라는 책임감만 가지고
어떤 역할인지는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저의 역할은
아이들을 단지
'보육'
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는 것'
이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스스로 깨닫게 해 주고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는 것.
아끼지 않는 사랑으로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그것이 제 역할이자 임무였던 것입니다.
아이를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이에게 나누는 사랑은 받는 사랑보다 무거웠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보라는 저에게 나눔으로써 채워지는 감정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첫 열매가 무르익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