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똥 쌀 수 있는데
“얘가 갑자기 왜이래..”
평소 등원에 거부감 전혀 없이 손을 쿨하게 흔들며
“엄마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라고 이야기 하며 등원하던 아이가
그 송아지같은 큰 눈에서 눈물을 뿜어내며 등원하였습니다.
전혀 어려움 없이 등원하던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등원하는 것은 보통 힘든일이 아니었습니다.
눈물이 바닥을 적시고, 이유를 물어도 눈물만 흘리니까요..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단지 안아주고, 관심을 전환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우와 승관아 이거 뭐야? 이거 진짜 멋지다~”
멋지지도 않은 것을 멋지다고 하는 걸 아는지 아이도 눈물을 계속해서 뿜어냈습니다.
아이를 겨우 달래고 일과 시작 전 아이의 기저귀를 팬티로 갈아입혔습니다.
만 2세는 배변과의 전쟁입니다.
사실 벗겨놓고 키우면 언젠가는 똥을 가린다 라고들 하시지만
시기가 늦춰지고 점차 아이의 자아가 형성이 되면 추후에는 수치심을 느낄 수가 있어서
만2세때 마무리를 하는 것이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가 너무나도 심하게 거부감을 느끼거나 힘들어 하게 되면 조금의 조율은 필요하지만요.
각설하고
승관이는 속옷을 입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문제없이 배변훈련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소변은 너무나도 잘 가리는 아이였기에 더더욱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건 저의 섣부르고도 큰 착각이었습니다.
승관이의 등원 거부의 원인은 ‘배변’ 때문이었습니다.
워낙 감정의 변화 없는 아이였기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실수를 하게 되면
“잘했는데 우리 승관이..”
하고 이야기 하며 저도 모르게 직접적인 한탄을 해버린 것입니다.
등원을 하며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선생님, 어머님께서도
배변훈련을 중단하자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대신, 아이의 배변 패턴을 확인하고 성공경험을 늘려주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엥.. 얘가 응가 하는걸 어떻게 알아서 어떻게 경험을 늘려주지..?”
하는 생각에 막연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비위가 약하신 분은 아래 문단으로 넘어가주세요ㅎㅎ)
아이의 표정이 점점 굳어질때 즈음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나면 항상 아이의 팬티는 응가주머니가되어있었으니까요.
그 응가 주머니를 볼 때면 이미 시간이 조금 지나 엉덩이는 응가 범벅이 되어 있거나
응가가 데굴데굴 굴러 속옷 밖으로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항상 응가가 잔뜩 묻은 속옷을 벅벅 빨았습니다.
투명한 물이 혼탁해지면서 점차 깨끗해지는 속옷을 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표정변화 하나 없는 아이의 배변패턴을 알기란 정말 어려웠으나 간절했습니다.
그 이후로부터 저는 아이를 조금 더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하루, 이틀,,
관찰했지만 어느새 속옷은 응주(응가주머니)가 되어 있었고, 저는 그것을 빠르게 닦아내기에 바빴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달랐습니다.
아이의 ‘배변실수’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아이의 ‘배변시간‘에 초점을 둔 것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배변실수를 한 시간을 확인하였습니다.
첫째날 15:05분
일주일째,, 15:15분
2주일째,, 15: 10분..
저는 점차 아이의 배변 패턴을 익혔습니다.
승관이는 낮잠 후 배변을 하는 아이라는 것을 파악하였고,
아이의 배변 패턴이 어느 정도 확인된 후
저는 아이가 낮잠을 자고 일어난 후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변기의 촉감과 분위기에 앉았다가 일어나기만 하는 상황이 대다수였지만 아이를 아낌없이 격려했습니다.
그러자 점차 아이는 변기에 앉는 상황을 어려워 하지 않았고 낮잠 후 변기에 가는 패턴이 익숙해졌습니다.
열흘 뒤
여느때와 다름 없이 저는 낮잠 후 아이에게 화장실을 권했고
변기에 앉아있는 아이에게
"응가 다 했으면 선생님 불러줘"
라고 이야기 한 채 한발짝 뒤에서 아이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잠시 다른 곳에 집중해있을때 쯤
"선생님.."
하는 작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오늘도 응가가 나오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에
"괜찮아 이제 속옷이랑 바지 올리고 나오자"
라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그때 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 응가했어요"
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저는 믿기지않아 아이의 변기를 확인했고
정말 어른의 대변처럼 길고 건강한 똥이 저를 반겼습니다.
저는 곧장 소리를 질렀습니다
"선생님들!! 우리 승관이 변기에 응가했어요!!!"
제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들은 모두 화장실로 뛰어들어와
변기에서 찰랑이는 그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모두 박수를 치고, 환호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물으신다면
나와 함께하는 아이가 인생에서 커다란 산을 넘었다는 생각과 그때 저와 함께했다는 생각에 저절로 감정이 반응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의 박수를 들은 아이는 발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대변실수는 잦았지만 변기에서의 대변성공률이 훨씬 늘었습니다.
항상 대변을 변기에 봤다고 칭찬해주는 어른들을 보면
"나도 칭찬해줘 나도 아침마다 쾌변함!"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알았습니다.
그거면 되었다는 것을요.
아이가 힘들어하는 과정을 지켜봐주고 조금 더 성장할수있게 노력해주는것.
그리고 작은 결과가 생길때마다 커다란 반응으로 격려해주는 것.
아이에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심어주어 그 작은 조각들을 밟고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이 순간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사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그날 화장실 칸 앞에서 친 박수와 함성은 아이만을 위한것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도전가능성을 조금 더 성장시켜준 저와 선생님들에게 준 응원과 감사였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