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12개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에 오게 된 건 2024년 10월이었다.
남편의 주재원 발령이 결정되고,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됐다.
큰 캐리어와 이민가방, 꾹꾹 눌러 담은 박스들 까지
한국 사람답게 1g도 더 오버되지 않도록 몇 번이고 무게를 재며 짐을 싣고 출발했다.
몸은 비행기에 올랐지만, 마음은 한국에 두고.
어렸을 때부터 자라 결혼생활까지 이어졌던 동네,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들리던 한국어,
오며 가며 쌓였던 인연들과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을 남겨 두고서.
남편은 곧 출근할 나라에 마음이 가 있는 듯 보였다. 아이들 얼굴에도 설렘이 느껴졌다.
같이 출발했지만 나는 자꾸 다른 곳에 짐을 두고 온 것 같았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나는 나의 삶보다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엄마로 지낼 삶을 떠올렸다.
낯선 나라에서
이 글은
그날 비행기에서 시작된
주재원 와이프의 일상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