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한강은 54-55
첫눈이 내리면
- 오늘 한강은 54
밤마다 둘째 누나는
열 마디 손가락 마디마디가 고옵게 자라
고운 옷을 입고 함께
고향 가는 꿈을 꿈을 꾼다고 했다.
길게는 중지처럼 짧게는 약지같은
부등(不等)의 세상에서 놓여나
아직도 닿지 못한 등을 긁으려고 떠나왔던
고향 땅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며,
바벨의 탑에 닿기 위해
창신동 젤로 높은 곳에서
밤에도 눈을 뜨고 자는 물고기의 의식으로
밤에만 눈을 뜨고 살아야 하는
야행성 동물같은 기행(奇行)으로 지쳐서도
평생을 재봉틀만 돌리더니
열마디 손가락이 굽어져
이제는 동등(同等)의 선상에 이르렀다며
효자손같이 등을 긁을 수 있게 되었다며
고향 집으로 향하는 길
아직 온전히 기억하고 있으니,
남은 옷 중에 제일 고운 옷 찾아 입고
낮은 높이로도 높은 연기 피워물던
저녁 어스름의 땅으로 돌아가
이제는 편안한 겨울잠을 이룰 거라며
고향가는 꿈을 꾼다고 했다
첫눈이 내리면.
오늘도 눈이 오랴
- 오늘 한강은 55
어데로 향하랴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길
어제는 첫눈이 왔고
오늘은 그 눈을 치우느라
다들 정신이 없다
어제의 첫눈은
어디에 아직 쌓여 있으랴
세상은 모두
껍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세밑으로 흐르는
저 강은
사이를 두고 오늘도 조마조마하다
하늘도 강도
오늘은 먹구름인데
어쩌랴
이쪽과 저쪽을 밤낮으로 넘나드는
사람들은
강을 건너야 하루를 산다
오늘도 눈이 오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