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운다

- 오늘 한강은 56-57

by 명재신

배가 운다

-오늘 한강은 56


출근길 사람들이 너무 복잡해서

한강 사진을 찍지 못하고

강을 건넌 아침,


배가 운다


공복의 배가

영광 조기사리에 칠성바다

조기떼 울 듯이

꾸억꾸억 하고 울어 댄다.


시 하나 잡느라

대충 두어 숫가락 뜨고 왔더니

하루 한 끼 지금 제대로 얻어 먹지 못하면

평생 한 끼 못 먹는 거라던

우리 장모님 말씀을 되새김질 하란 듯이


허기의 배가

곡두여 가운데걸에서 낚은

미터급 민어 울 듯이

꿔억꿔억 하고 울어 댄다


무어 한 끼가 대단한 거라고

이 아침을 대성통곡 하듯이

우는가


나의 배여,




낭만에 대하여

- 오늘 한강은 57


내 본디 낭만스러운 者 아니었으니

하늘과 땅 맞닿는 곳으로부터 흘러와

이 들녘에 잠시 머무르다

까만 어둠 속에 묻어 들어와

마른 갈꽃 이파리 틈새에 박혀

겨울을 헤엄쳐 물밑을 뒤지는

겨울 강가 비오리로

숨을 잠시 돌리다가

아침이구나 결빙의 아침 공기

가픈 숨을 말아쉬다가

저 들녘 하늘이 먼저 잠을 깨

아침 햇살을 몇 던져 주면

그 여정에 잠시 머무르다가

화려함으로 살았던

저녁노을 빛깔로부터 벗어나리

내 본디 낭만스러운 者 아니었으므로

저 들녘 끝 일출 빛깔이길 소원하였고

내 잃은 원형을 되찾고 싶었기에

이 아침이 되면 겨울 아침이 되면

이 강가에서

다시 길을 떠나는 갈잎이

남겨둔 작은 파동을 함께 따라가

흔쾌히 그 소멸까지 안아주는 겨울 아침이 되어

내 본디 낭만스러운 者가 아니었기에

이 겨울 강가에

홀로 남아 함께 있으리.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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