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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있으리

- 오늘 한강은

by 명재신

길은 있으리

- 오늘 한강은


막연한 아침이다


저 하늘에도

저 대지에도


길은 있으랴


철새들 날아가는 길

들짐승 지나가는 길


막막한 하루다


저 강물에도

저 도심에도


길이 있으랴


바람이 지나는 길

차들이 향하는 길


누군가는 헤매 지나간

누군가는 헤쳐 지나간


그래서

오늘은 함께 가야겠다


허튼 걸음일지라도

서툰 걸음일지라도


끝까지

함께 걸어가 보면

길이 되어 있으리


오늘도 한강에는 바람이 길을 만들어 강을 오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세상은

- 오늘 한강은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날선 칼바람도

매선 강추위도


눈까지 온다니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다


저 빈 거리에서

무어 하나라도 팔아보려고 건네는 전단지


대폭 세일

반값 세일


이 추운 거리에서

거절하지 못하고 건네받는 전단지


언제부터 우린 반쪽되어 살고 있는가

대체 우리는 언제쯤 온전하게 살 수 있는가


버려진 전단지들이 낙엽처럼 구르는

이 거리에서


우리가 가는 세상은

우리가 닿을 세상은


대체 언제 쯤이면

대박 함성으로 가득찬 일상이 될까


오늘 겨울 강은

바람이 먼저 나서서 하루를 끌고 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다른 바람이 다른 물결이 이는 한강의 수면으로 누군가는 끌고 누군가는 끌려서 목적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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