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공간으로 '사유의 방'을 만들어 국보 두 점인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을 공개하였다. 2021년 11월부터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공간도 관람객들이 사유상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국보의 배치, 조명, 전시실로 향하는 동선의 배치를 고려하였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가운데 벽 사이로 나오는 은은한 조명이 사색에 잠긴 반가사유상의 사색적 분위기로 몰입하게 한다.
집중되고, 맺힘이 없고 평온한 마음이 드러난 얼굴 표정이 제대로 드러나있다. 잘 표현된 예술작품은 감상자의 마음에도 비슷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바라볼수록 평온해지고 침잠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두 반가사유상의 얼굴 표정을 비교해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모두 미소를 표현하였는데, 모나리자의 신비로운 미소와 또 다른 느낌이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미소인 듯 아닌듯한 표정이 신비롭다면 반가사유상의 미소는 해탈의 미소이다.
좌측 반가사유상의 미소가 우측의 반가사유상보다 얼굴 표정에 더 드러나 보인다. 반면 우측의 반가사유상은 미소를 절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소 지을 때 나타나는 눈두덩, 특히 입술 부위의 이완된 모습이 기쁨의 감정이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양볼이 벌어지면서 입술이 벌어지면 바로 내면의 미소가 웃음으로 확산될 것이다.
우측의 반가사유상의 미소는 훨씬 절제되어 있다. 눈을 감고 있으나 침잠할 때 나타나는 눈매이다. 코 쪽 방향의 눈 가장자리를 보면 좌측 반가사유상보다 얼굴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간 느낌이다. 명상 중 코나 단전을 응시할 때의 마음 상태가 드러난 것이다. 마음의 거침이 없는 평온한 얼굴이다. 긴장하거나 마음이 들뜰 때 작동하는 표정 근육들이 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몸에 담겨 있다. 몸이 분주하면 마음이 번잡해진다. 몸을 가만히 두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마음 닦는 수행 시 몸을 가지런히 하고 멈추어 있는 이유이다. 숙달되면 몸이 분주해도 마음은 고요해질 수 있게 된다.
몸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다
마음챙김의 위빠사나, 화두참구의 간화선 등은 고도의 마음작용이다. 안정되고 이완된 편안한 몸을 바탕으로 깊은 경지로 나아가기 쉽다. 마음을 통해 깨달음, 진리에 일고자 하는 수행도 사실은 몸에 담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하고 깊은 침잠에 이르기 위해서는 움직임을 멈추고 단정히 있어야 한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소파에 기대는 것보다는 허리를 바로 해야 한다.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고 집중되기 좋기 때문이다.
중국의 도가 호흡법 수행이나 인도 요가명상은 고르고 깊은 호흡을 통해 마음의 집중으로 나아간다. 기의 축적과 변화를 통해 마음의 보다 깊은 내밀한, 신묘한 세계로 들어가게 할 수 있다. 중국 무술인 태극권에서는 마음, 몸, 에너지 3가지의 통합을 통해 몸 건강 마음 수양을 하는데 응용되고 있다.
고차원적 마음의 세계인 예술, 신앙도 몸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신앙도 기도와 묵상, 설교, 경전 숙독을 하는 몸의 행위를 통해 고차원적 정신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온전한 몸일수록 마음이 안정되기 쉽고, 안정된 마음일수록 영적 세계로 나아가기 쉬운 것이다.
마음은 몸에 드러난다
동작을 시작하고자 할 때, 힘을 쓰고자 하는 의지가 입술에 나타난다.
예컨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려고 한다. 얼굴에 그 의도가 드러난다.
가벼운 힘을 쓰고자 할 때는 윗입술이 씰룩거린다. 책장을 넘기고자 한다. 엄지와 검지를 잘 조정하기 위해 윗입술이 씰룩거리게 되는 것이다. 반면 비교적 큰 힘을 쓰게 될 때는 어떠한가? 무거운 화분을 들어 올릴 때는 팔에 힘을 모으도록 해야 한다. 위와 아랫입술을 모으거나 이빨을 꽉 물게 된다.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면서 팔 쪽으로 전체적인 근육의 힘을 팔로 집중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감정의 표현은 주로 얼굴로 드러낸다
입, 눈이 중심이지만 얼굴 전체가 표정에 관여한다. 웃느라 입이 벌어지는 대신 눈은 작아진다. 얼굴의 표정 근육이 상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렇다. 정반대 되는 감정도 얼굴을 통해 드러난다. 기쁠 때, 슬플 때뿐만 아니라 화날 때도 입으로 드러낸다.
눈도 마찬가지이다. 기쁠 때 웃느라 눈이 작아지지만 화날 때 눈이 커진다. 눈동자를 감싸는 윗눈썹근이 위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슬프거나 놀랄 때도 눈에 드러난다. 마음의 폭은 감정의 농도로 나타나며, 감정은 몸짓으로 드러난다.
마음의 동요는 화난 감정으로 나타난다. 거친 숨소리 속에 커진 눈동자와 격한 말투로 표출된다. 화가 나면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아드레날린 호르몬 협조를 받아 동공이 커지고 윗눈썹이 당겨지기 때문에 눈이 커지는 것이다. 격한 말을 토해낸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평소보다 많은 호흡량이 필요해서 큰 호흡을 해야 한다.
마음은 입을 통해 나타낸다
속마음을 감추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입 주변 근육이 발달되어 있다. 상대 의견에 따라 언제라도 말을 멈춘다든가 신속히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입둘레근(구륜근口輪筋labial muscles), 입꼬리내림근(구각하제근口角下制筋 Depressor anguli oris), 넓은목근(광경근廣頸筋 platysma)등이 근육이 관계된다. 아랫입술내림근 주변근육이 발달되어 이 부위가 도드라져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중에서 입둘레근(구륜근)은 입술을 꼭 다물 때 사용되는 근육이고 광경근은 입의 각도를 강하게 밑으로 내리는 근육이다.
특히 정치인의 정치인의 입술이 그런 경우가 많다. 결연한 의지를 갖거나 의식적으로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다 보니 이 근육이 발달되는 것이다.
대검찰청에 소환되는 정치인이나 재벌이 포토라인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할 때, 자세히 살펴보라. 한 마디하고 나서 위 아랫입술을 야무지게 다문다. 두 입술을 다물게 되면 말할 때 사용되는 얼굴 근육에 긴장감을 주고 언어를 담당하는 뇌중추와 운동근육에 긴장감을 준다. 스스로 입단속이 된다.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본능적인 동작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결심이나 결단을 내릴 때도 마찬가지이다. 신체 일부 근육의 긴장을 통해 전신에 긴장감을 주는 것이다.
기뻐서 웃을 때는 입이 벌어진다
기쁜 정도에 따라 입이 벌어지는 정도도 달라진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골을 넣은 선수가 기뻐서 웃음 짓는 것을 보라.
기쁨에 넘친 웃음은 포효이다. 입이 최대한 벌어진다. 더 이상 벌어지기 힘든 경계를 넘어서서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벌어진다. 기쁘면 발산하는 기운으로 전신 근육이 확장된다. 전신 근육이 확장되면 입에 관계된 근육의 확장을 최대화시키기 때문에 평상시 인위적으로 입을 벌리는 크기 이상으로 벌어지게 하는 것이다.
평상시에 일부러 입을 벌려보라. 턱근육이 아파서 더 이상 벌리기가 힘든 경계가 있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들과 악수하면 웃는 사진들이 있다.
사람에 따라 각기 미소 짓는 모습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환한 미소는 보는 사람도 미소 짓게 한다. 환한 웃음은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입이 벌어지고 얼굴의 표정 근육들이 활발하게 작동한다.
각기 모양은 다르다. 위아래 이빨이 다 드러나는 사람, 윗니만 드러나는 사람, 아랫니만 드러나는 사람 그런데 웃는 모습 중에서 아랫입술이 옆으로 벌어진 경우가 있다. 인위적인 웃음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게 되면 웃음에 관여하는 얼굴의 표정 근육들 총출동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인위적인 웃음은 마음이 배제된 채 형태만 만드는 것이다.
입을 동그랗게 만들기 위해 입을 벌리는 입둘레근을 작동시킨다. 특히 입꼬리근으로 입을 벌리다 보면 아랫입술이 수평으로 늘어난다. 진정한 웃음은 아래턱이 벌어져서 위 아랫입술이 둥그렇게 된다.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인다. 인위적인 웃음은 윗입술은 둥그렇지만 아랫입술은 수평에 가깝다.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노련한 연기자들은 인위적인 미소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몸에 그대로 드러난다. 마음이 뇌신경망을 통해 관련 근육들을 작동시킨 예술작품인 것이다.
감정은 얼굴의 표정 근육을 통해 드러난다
이모티콘은 표정의 특징을 잘 드러내서 각종 SNS에서 사용되고 있다. 기쁠 때는 큰광대근이 입고리를 위쪽으로 끌어올린다. 눈둘레근은 뺨을 들어 올려 눈을 가늘어지게 만들기에 스마일 표정이 나오게 된다. 슬플 때는 이마근과 눈썹주름근이 움직여서 이마 가운데로 주름이 만들어지게 한다.
이때 턱끝근과 아랫입술내림근은 입을 아래로 끌어내리기에 슬픈 표정이 나온다. 혐오감이 들 때는 코근이 코 위에 주름을 만들어 낸다. 위입술과 위입술콧방울올림근은 콧구멍을 확장하고 팔자주름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혐오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놀랄 때는 이마근이 눈썹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눈동자가 커지고 이마에는 주름을 만들어진다. 놀라게 한 원인을 찾기 위해 눈을 크게 떠서 순간적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공포감이 들 때는 순간적으로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가기 때문에 눈동자가 커진다. 몸에 기운이 빠지기 때문에 입술 아래 가쪽으로 늘어지면서 입이 수평으로 벌어진다. 분노를 느낄 때는 눈썹내림근과 코근이 눈썹을 아래로 끌어내려 코에 주름을 만들어 낸다. 심박수가 늘어난 심장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코를 확장시켜 더 많은 산소를 받아들이기 위해서이다. 입꼬리내림근은 입가에 주름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들끓어 오르는 내적 감정의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기쁘면 눈에 나타난다 눈동자가 커지고 얼굴의 표정 근육이 작동한다. 미소는 입에서 나타난다. 입 둘레의 입꼬리근이 작동한 것이다.
몸이 건강할 때 목과 허리가 똑바로 서고 어깨가 펴져 있다. 눈에 생기가 돌고 있다. 마음에 자신감이 있을 때도 그러하다. 몸이 굳센 격투기 선수들이 링위에 마주 서서 노려볼 때를 보라. 터져 나올 것 같은 근육에 눈매가 살아 있다.
권력가 또한 그러하다. 권력이 있기에 무서움이 없다. 육체는 격투기 선수보다 못하지만 이런 선수들이 넘보기 힘든 권력을 쥐고 있기에 목과 허리는 꼿꼿하고 어깨는 펴져 있다. 눈매가 살아 있고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튼튼한 몸에서 나오는 자신감, 굳센 몸보다 더 위력적인 권력, 이 모두 자세엔 기세가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