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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그배나무 May 23. 2021

마음을 일으켜 주는 음악

가락과 리듬의 에너지 충전소

카를 알베르트 타이게(Carl Albert Hermann Teike)  ‘ 친구 행진곡(Alte Kameraden)’

이 행진곡은 늦깎이로 미국 유학을 다녀와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우연히 접한 행진곡이다. 특히 Andre Rieu가 지휘한 Johann Strauss Orchestra 연주 공연에 큰 울림을 받았다.

들을 때마다 가슴 속 깊이 환희감이 퍼져간다. 짧게 짧게 끊어지는 바이올린 연주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찌릿찌릿하다. 빠바 방~ 하며 퍼져 나가는 트럼펫 연주 소리, 심장을 두근두근 대게 한다. 몸을 붕붕 뜨게 한다.


신명이 동動한다고 하는 것일까. Andre Rieu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에 따른 일사불란한 연주 속에서도 연주자들의 개성이 드러나서 좋다. 그가 지휘하는 악단은 국내 연주단과 다른 모습이다. 연주자들의 여유로운 웃음이라든가 합창단들의 가벼운 어깨춤은 파격이다.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어 있지만 즐기는 마음으로 한데 어울려진 한마당이 된다. 


관객의 열띤 환호와 박수소리 그리고 노부부의 미소 넘치는 덩실덩실 대는 춤. 클래식과 현대인의 어울림. 역시 격조 높은 문화의 향유라는 것이 느껴진다. 삶에 지칠 때, 마음의 마디를 풀고 싶을 때 이 행진곡을 찾게 된다. 역시 이 곡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언젠가 사물놀이의 꽹과리와 북소리, 장고 장단에 어깨춤이 절로 나왔던 그 추억. 이 행진곡을 듣노라면 바이올린과 트럼펫 협주단이지만 서양판 사물놀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마디를 열고 감정의 주름을 펴게 하는 이 행진곡, 나에겐 큰 보약이다.



푸치니 Giacomo Puccini 오페라 쟈니 스키키  '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O Mio Babbino Caro'

안드레 류( Andre Rieu) 지휘, 지휘자 안드레 류는 독특하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지휘한다. 지휘하면서 무대 위의 열창하는 가수와 무언극을 하기도 한다.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O! mio babbino caro)'는 푸치니의 오페라 쟈니 스키키(Gianni Schicchi) 중에서 나오는 감미로운 아리아이다. 극 중에서 여주인공인 로레타(Lauretta)가 아버지 쟈니 스키키(Gianni Schicchi)에게 남자 친구인 리누치오(Rinuccio)와 결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애원하는 내용이다. 감미로운 멜로디 속에는 결혼시켜주지 않으면 물에 빠져 죽겠다는 애교 섞인 위협이 담겨있다. 무대에선 오페라 가수가 노래하면서 객석만을 바라보지 않는다. 때로는 지휘자인 안드레 류와 마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는데, 마치 오페라극의 여주인공처럼 애절한 표정을 짓는다. 지휘자 또한 극 중 배우처럼 응답하는 표정을 짓는다. 오페라 가수와 지휘자가 2인극을 하는 것 같다. 노래가 클라이맥스에 이를 즈음, 여가수는 지휘자를 바라보며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열창한다. 지휘자는 지휘만 하고 가수는 무대의 청중만을 바라보며 노래만 하던 격식을 깨뜨린 것이다. 이 파격이 노래에 담긴 애절한 정서를 더 입체적으로 전달해준다. 카메라가 객석의 어느 노신사의 얼굴에 포커스를 맞춘다. 여가수의 애절한 노래에 몰입해있던 노신사. 그의 주름진 얼굴 위로 흘러내리던 눈물. 작곡가 푸치니는 사라졌어도 그의 곡이 여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노신사를 감동시킨 것이다.




나도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바이올린 소리, 여가수의 곱디 고운 소프라노의 애절한 목소리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당시엔 노래의 주제나 내용을 전혀 모르고 들었다. 그럼에도 반주와 매력적인 노랫소리만으로도 푹 빠져버렸다. 음악이란 가락이나 분위기만으로도 얼마든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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