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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그배나무 May 27. 2021

음악, 나를 살리다

좋은 소리, 좋은 음악은 기운차게 한다

내가 20대 중반, 군 복무 시절. 

1주일간 거듭된 유격훈련 직후 100km 야간 행군이 시작되었다.

겹친 피로가 온몸을 휘감던 그때.

돌연 군악대가 등장했다. 새벽하늘을 가르던 경쾌한 행진곡.

갑자기 장병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이 아닌가? 분명 몸이 천근만근인 상태이었다.

행진곡 풍의 리듬에 몸이 반응한 것이다. 기운이 샘솟았다. 마치 어린애가 소풍 가듯 경쾌한 발걸음으로 반 뛰다시피 걷게 되었다. 행진곡 박자에 걸음 속도가 맞춰져 자기도 모르게 빨라진 것이었다. 

아뿔싸!

안타깝게도 행진곡 연주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곳에 이르자, 온몸에 힘이 주욱 빠져버렸다.

음악이 몸을 롤러코스터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소리로 몸을 치유하다

음악은 조화를 시킨다. 엉클어진 마음을 순화시킨다. 마음의 평안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한다. 

심신의 고통을 약이 아니라 음악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특히 마음이 아플 때, 약보다 음악을 통해 회복될 수는 없을까. 


음악은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다. 음악이 약이 될 수 있다. 

음성 치유란 좋은 소리를 듣거나 또는 좋은 소리를 냄으로써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건강법이다. 

소리를 내는 과정이 몸과 마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소리를 듣는 것 또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좋은 소리를 내거나 듣는 것이 몸과 마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말에도 결이 있다

말에는 온도가 있다. 

말에도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서 나는 소리를 목소리라 한다. 목소리도 나름이다. 엄마를 부르는 아가의 목소리는 앙증맞다. 성악가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음악적 감동을 준다. 


2017년도 3월,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박근혜 탄핵을 판결하는 목소리.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는 한 마디. 같은 말이라도 담고 있는 의미에 따라 무게감이 다르다. 목소리가 모이면 외침이 된다. 외침이 모이면 함성이 된다. 때로는 국민적 함성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헌법재판관 이정미 헌재 임시소장의 판결주문 단 한 문장은 차분했으나 역사의 무게감이 있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핏대 어린 고성도 아니요, 쩌렁쩌렁 울리는 마이크 소리도 아니었다. 

그 대목에서 한 템포 느릿하게, 그러나 또박또박 읽었던 한 문장 15자로 된 한 문장.

찬성하는 집단이나 반대하는 집단이나 5천만 국민 모두의 폐부 깊숙이 들어온 역사적 무게감이 있었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외부 소리에 몸과 마음이 반응한다

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몸에서 공명共鳴이 일어나고 그 기운에 영향을 받는다. 

소리에 몸의 신경계가 작동해서 해당 근육이 움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고음을 들으면 움직임이 빨라진다. 저음을 들으면 느려진다. 즐거운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슬픈 노래에 마음이 가라앉고 번잡한 노래에는 산만해진다. 


엄마가 아기를 재울 때, '자장, 자장' 해주거나 나직하게 자장가를 불러 준다. 아기는 스르르 잠이 든다. 

설거지하려고 수돗물을 틀었더니 갑자기 오줌이 지리는 경우가 있다. 요실금이 있는 주부들에게 쉽게 나타난다. 화장실에서 소변보기 전에 일부러 물을 내린다. 

위 두 가지 사례는 물이 흘러내리면서 나는 쏴아~하는 소리에 방광경이 자극받아 요도의 괄약근이 쉽게 열리는 것이다.


이번에는 소리가 몸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예를 보자.

집회 현장에서 내는 함성소리에 목에 핏줄이 서고 온몸에 힘이 간다. 

운전 중 갑작스러운 크랙션 소리에 심장이 뛰고 혈압이 올라가면서 몸이 움찔거린다. 불규칙하고 날카로운 소리는 몸과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친근하고 부드러운 소리에는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헬스클럽에서 에어로빅, 스피닝(spinning 실내 사이클)을 할 때 경쾌한 음악을 틀어 놓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심장이 고동치는데도 힘든 줄 모른다. 한강변에서 사이클을 타거나 조깅하면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다. 운동이 힘들지 않게 느껴진다. 바로 음악의 효과인 것이다. 몸이 소리에 반응하여 힘차게 움직이는 힘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무언의 소리에 몸이 반응한다

운동 경기 시합을 보면 선수들이 혼잣말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물론 들리지는 않다. 입술 모양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아예 입을 다문 경우도 있다. 탁구 선수가 서브를 넣기 직전에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탁구공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 암시를 거는 것이다. 


양궁 선수는 사선에서 목소리를 거의 들어내지 않는다. 

활시위를 당길 때는 들숨이지만 과녁에 화살을 겨눈 순간, 숨을 죽인다. 

이때 호흡을 하게 되면 횡격막의 오르내림에 따라 갈비뼈가 확장과 수축을 할 수밖에 없다. 숨을 마시는 순간에는 갈비뼈가 확장되면서 활을 들고 있는 왼팔과 시위를 당기고 있는 오른팔에 더 힘이 주어지기 때문에 미세한 흔들림을 초래한다. 


몸이 고요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호흡도 잠시 멈춰야 한다. 선수급은 눈동자도 움직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눈동자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과 연결된 시신경이 뇌와 뇌척수막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눈동자를 돌리거나 눈동자가 움직이게 되면, 뇌척수막으로 연결되어 있는 엉치뼈와 꼬리뼈까지 영향을 미친다. 


가만히 일어서서 눈동자를 크고 천천히 오른쪽으로 돌려보면서 몸속 근육의 움직임을 느껴보자.

눈동자를 돌려서 오른쪽까지 갈 때쯤 오른쪽 발바닥이 움찔해진다. 또는 장딴지 근육에 자극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도 해보자. 

눈동자를 돌리기만 하는데도 몸속의 근육 연결망을 통해 가장 먼 곳인 발바닥 근육의 움직임을 야기시킨 것이다. 사소한 움직임이 몸에 연결된 근육과 뼈대를 통해 집중력을 흩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마음을 최대한 집중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자기 암시 또는 자기 격려가 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할 수 있다' '잘 될 거야' '10점이다' 등등.


몸과 호흡과 마음이 일치될 때 좋은 성적이 나온다. 

이때 무언의 소리가 몸의 긴장을 풀어 마음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방송 광고의 CM송이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짧은 가락이 뇌리에 박혀 어느 순간에 자신의 머릿속에 맴돌거나 콧노래로 나오는 것이다. 편안한 소리나 음악을 듣게 되면 인간의 의식 중추인 신경을 안정시켜 평정 상태에 이르게 된다. 마음이 가라앉게 되면 몸의 긴장이 풀려서 육체가 잠을 잘 때 보다 더 깊은 이완이 된다. 의식은 더 또렷해지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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