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서

by nEvergreen

송이는 멍한 눈과 마음으로 자신을 버린 세상에는 마지막 복수의 발걸음을, 어리석고 허영에 사로잡혔던 자신에게는 합당한 형벌을 주려 걷고 있었다.

이 세상과 자신뿐만 아니라 믿지는 않지만 이러한 세상을 만든 신에게까지 복수의 감정이 미쳤다.

어느덧 그녀의 발걸음은 어느 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 무심결이라고 생각했지만 슬픔에 빠진 의식은 분명 이곳을 지향했었을 것이다.


밤이 무척 깊었다. 다리를 통과하는 차도 거의 없었으며, 다리 위에 인기척은 송이의 것만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어떤 결심으로 굳어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선이 또렷해지며 결단의 장소를 찾아가고 있었다.

항상 혼자였던 자신.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형제도 없이 살아왔던. 그나마 뜨거운 피와 강렬한 호흡으로 사랑했던 유일한 가족 조이마저 이 세상에 송이를 혼자 내버려 둔 채 떠났다. 그리고 이제 삶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활력소였던 그 우상마저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자신의 모든 것들이 마지막 생각의 정리함에 차곡차곡 게이는 동안 어느덧 다리 중간인 듯싶은 곳에 다다랐다. 마지막으로 마시는 세상 공기는 어떤 느낌일까. 기온이 낮지는 않았지만 코를 통해 흡입되어 폐에 다다른 공기는 메마르고 서늘했다.

그런데, 갑자기 앞쪽에 사람 같은 뭔 가가 눈에 들어왔다.

눈을 의심하는 순간, 그 사람은 빠른 속도로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는 것이 보였다. 놀람과 충격 속에 그 사람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빨리 뛰쳐나가 그 사람이 뛰어내린 곳에 도착해 다리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두웠지만 빛을 반사하는 하얀 물거품이 크게 동심원들을 만들며 퍼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얼른 꺼져 있던 전화기를 꺼내 다시 켜고 119로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그녀가 여기 온 목적을 잊고 있었다.

폭이 넓은 강. 다리는 높고 밤은 깊었다. 송이는 연신 아래를 훑으며 그 사람을 찾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은 무심하게도 다리 위는 훤하게 밝혔지만 다리 바로 아래는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낮게 뜬 달만이 강 위에 빛을 더하고 있었다.

다음날 송이는 그 사건이 궁금해졌다.

사람은 찾았는지. 누가 뛰어내렸던 건지. 뉴스 어디에도 그런 기사는 없었다. 그날 현장에 온 구급차와 경찰관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뛰어내린 사람을 찾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담당 경찰은 송이가 떠난 이후에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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