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를 진단받고 힘들었던 부분 중에 하나는 주변에서 일을 그만두길 권유한다는 것이었다.
루푸스를 진단받자마자 엄마는 온 인맥을 동원해서 이모들, 친한 사촌언니에게 이런 상황을 털어놓았고, 우리에게는 생소한 루푸스라는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했다. 그렇게 친한 사촌 언니의 인맥으로 아는 루푸스 전담 간호사에게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루푸스는 10명 중에 9명 정도는 약을 먹으면 일상생활을 하면서 비교적 잘 지낼 수 있으니 너무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그런데 루푸스의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이니, 혹시 지금 일을 하고 있으면 일을 그만두는 것을 권유한다고..
그러자 동생, 엄마, 사촌언니 할 것 없이 모두들 나에게 일을 그만둘 것을 권유했다. 나는 태생이 청개구리인가 보다. 20대 때 그렇게 일이 힘들고 버거울 때 그만두고 싶을 때는 다들 버티라고 했었는데, 그런데 결혼을 하자 이제 와서 다들 일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열심히 다니려고 마음먹었는데, 이제 와서 다들 그만두라고 말하니 청개구리처럼 오기가 생겨서 더 이겨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일을 할 때 재밌고, 보람 있고, 내 체력만 허락한다면 오래도록 일을 하고 싶다.
내가 다른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건강 상의 이유로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도 했다. 좀 덜 스트레스받으며 일하고, 부모님 곁에서 행복하기 위해서 고향으로 내려온 것인데, 이제 일까지 포기해야 한다면 나에게 낙이 없지 않을까.
사실은 조금 외롭기도 해.
내가 조금이라도 힘든 내색을 보이면
힘들면 일을 그만두라고 말할까 봐
솔직하게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지.
그래도 괜찮아. 힘을 텐데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만 하면 돼.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