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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은 Dec 28. 2022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해

2022년 11월 21일의 일기

조금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감정 기복이 조금 있는 편이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말이 툭툭 내뱉어지기도 하고 스트레스받거나 예민할 때는 나도 모르게 욱하곤 한다.

슬프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애써 웃어지지 않는다.

항상 그 순간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나였는데, 루푸스라는 친구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숨기는 버릇이 생겼다.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루푸스라는 친구가 나에게 찾아왔다.

나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인데, 이제 막 신혼생활을 시작한 우리 부부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이렇게 착하고 좋은 사람을 만났는데, 나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힘듦을 같이 겪어야 할까.

남편은 무슨 잘못이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에게 미안하여 아픈 걸 내색하고 싶지 않고, 우울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마음속으로 혼자 삭혔다.

1,2년 앓다가 끝날 수 있는 병이 아니기에, 평생을 내가 함께해야 하기에 벌써부터 지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푸스를 만나고부터는 부쩍 눈물도 많아졌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애써 괜찮은 척하며 혼자서 울곤 했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티 내고 싶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은 외롭기도 했다. 나는 지금 몸이 너무 아픈데,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순간들이 힘들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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