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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은 Jan 03. 2023

10일 동안 병원에 입원하며 깨달은 것들

드디어 내 병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다



결국 신장조직검사를 위해 병원에 입원을 했다. 처음 입원한 당일만 해도 나는 불안함과 걱정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입원해있는 동안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고, 또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었다. 루푸스를 앓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가끔 루푸스 환우들이 있는 카페에서 약 부작용으로 얼굴이 붓고 부작용이 심한 이야기를 접했을 때도 나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마음을 먹으면 안 되지만,, 10알, 11알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래도 나는 소론도정 1알만 먹으면 된다. 하고 나도 모르게 위안을 삼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첫날 회진을 돌던 교수님께서 대뜸 그러셨다. 아마 조직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루푸스 활성도가 높아서 '루푸스 신염 4형' 정도가 나올 것 같다고 하셨다.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입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심각하게 말씀을 해주지 않아서 어쩌면 나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입원을 했던 것 같은데, 입원하자마자 나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나는 이제 막 루푸스라는 친구를 만난 지 6개월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벌써 신장에 이렇게 침투할 수 있지?

그럼 이제 초기단계일 텐데 어떻게 4형일 수가 있지? 제일 나오지 말았으면 했던 유형이어서 나는 당혹스럽고 우울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신장조직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에도 제발 4형은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랬던 것 같다.


그런데, 결과는 루푸스 신염 4형. 다행히 만성은 아니었다. 교수님께서는 초기에 단백뇨를 잘 치료하면 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랬다.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 같던 그 시간들이 왔다. 후기로만 접하면서 나는 관리를 잘해서 더 나빠지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던 그 약들을 내가 복용해야 할 시기가 왔다.


입원해있는 동안은 스테로이드를 주사로 맞았다. 알약으로 하면 몇 알인지는 모르겠지만, 퇴원할 때 즈음 줄인 게 9알이었다. 


소론도정 9알.

이 9알이라는 약의 개수가 마치 지금 나에게 너 이만큼 심각한 상태야. 이렇게 약을 많이 먹어야 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에게도 생소했던 루푸스 신염에 대해 조금 이해를 돕고자한다.


루푸스 신염이란, 루푸스 환자의 대략 40~75% 정도가 신장(콩팥)을 침범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루푸스 첫 발병 시 5년이내 발병하며, 진단과 동시에 발견되는데

루푸스가 신장을 침범했다면, 나쁜 예후 인자로 평가받으며 24시간 요 댄박량이 500mg을 초과하거나

요 검사에서 단백뇨, 세포성 원주가 확인되는 것으로 명시한다.


루푸스 신염은 신장조직 검사를 통해, 조직 소견에 따라 예후가 다르고 치료에도 차이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4형은 가장 흔하지만 예후가 좋지 않은 유형입이다.

혈뇨와 단백뇨가 검출되고, 신 증후군, 고혈압, 신장 기능 부전도 자주 나타나며,

예후가 좋지 않아 신장 손상이나 기능 상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제야 나는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 정말 많이 아팠구나. 나 정말 환자 맞는구나.

내 몸이 그렇게 힘들다고 나에게 말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동안 너무 몰라줬구나. 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다.

힘들 때 힘들다고 털어놓지 못하고, 나조차도 그 아픔을 외면하고 있었구나. 

몰라줘서 미안하고, 이제라도 알았으니, 이제 정말 더 이상은 아프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은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 많이 노력해야겠구나. 그렇게 다짐했다.


입원해있는 동안 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식사가 끝나고 나면 소화를 시키기 위해 다들 병동 복도를 돌았다. 다들 열심히였다. 정말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노인까지 많은 연령대가 함께 있던 곳이었다. 이분들도 이렇게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구나. 나는 마치 세상이 끝난 것처럼 우울한데, 정작 나는 혼자서 잘 걸을 수도 있고, 약을 먹으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나의 우울은 마치 사치 같았다. 내 병은 여기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만 같았다.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이제 정말 다짐해 보자. 정말 아프지 않기 위해서, 내 건강을 위해서,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내 건강만 생각해 보자.

그제야 그렇게 포기가 되지 않던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건강을 위해서 잠시 내려놔야겠구나. 마음먹었다.

후에 남편이 물었었다. 아쉽지 않겠냐고.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후회되지 않겠냐고.

처음으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아쉽지 않다고. 후회되지 않는다고. 그 순간 열심히 했던 그 시간들의 나는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아프니까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보는 게 더 마음이 아팠다. 

내가 꼭 건강해져서 행복해져서 우리 가족들에게 좀 더 기쁨을, 행복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다짐이 오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을 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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