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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은 Jan 03. 2023

입원해있는 동안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입원해있는 동안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면서 감정을 정리해보니 나는 그동안 나의 시선으로만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자주 아팠고, 학창 시절 너무 내성적인 탓에 친구들 무리에 잘 어울려 놀지 못하기도 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하는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를 받곤 했다.

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살았다.

엄마에게 나는 첫 째지만, 믿음직한 큰 딸보다는 항상 손이 많이 가고, 동생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나는 어쩌면 그 사실을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항상 동생보다 나를 걱정하고, 과잉 보호하는 엄마가 못마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나를 알기에 부모님은 더욱 엄하게 나를 키우셨던 것 같다.

내가 몸도 마음도 좀 더 강해지길 바라셨던 건 아닐까.

그렇지만 지난 3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니, 나는 항상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 있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 엄마가 한없이 작고 내가 챙겨주어야 할 존재로 느껴졌다.

나에게는 누구보다 강하고, 무엇보다 한 없이 든든한 큰 나무 같은 존재였는데,

이제 우리 엄마도 내가 옆에서 많이 챙겨줘야겠구나. 이제 엄마도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더 젊을 때 이제 옆에서 엄마를 잘 챙겨야겠다.

더 이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 때문에 걱정하고 슬퍼하는 모습보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더 많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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