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해있는 동안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면서 감정을 정리해보니 나는 그동안 나의 시선으로만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자주 아팠고, 학창 시절 너무 내성적인 탓에 친구들 무리에 잘 어울려 놀지 못하기도 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하는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를 받곤 했다.
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살았다.
엄마에게 나는 첫 째지만, 믿음직한 큰 딸보다는 항상 손이 많이 가고, 동생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나는 어쩌면 그 사실을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항상 동생보다 나를 걱정하고, 과잉 보호하는 엄마가 못마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나를 알기에 부모님은 더욱 엄하게 나를 키우셨던 것 같다.
내가 몸도 마음도 좀 더 강해지길 바라셨던 건 아닐까.
그렇지만 지난 3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니, 나는 항상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 있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 엄마가 한없이 작고 내가 챙겨주어야 할 존재로 느껴졌다.
나에게는 누구보다 강하고, 무엇보다 한 없이 든든한 큰 나무 같은 존재였는데,
이제 우리 엄마도 내가 옆에서 많이 챙겨줘야겠구나. 이제 엄마도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더 젊을 때 이제 옆에서 엄마를 잘 챙겨야겠다.
더 이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 때문에 걱정하고 슬퍼하는 모습보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더 많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