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의 간격
나는 가만히 아빠를 쓰다듬으며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사랑한다는 말을 쉬지 않고 전했다.
만약 이 병실에 우리가 볼 수 없는 천사가 와 있다면 그 천사와 함께 어둠이 아닌 빛만 보고 가라며 말을 전했다. 내가 믿는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남은 힘을 다해서 빛의 그곳을 도착해야 하니깐 정신을 차리고 곧장 그곳으로 따라가라고 말을 했다. 그래야 그곳에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점점 느려지는 맥박과 호흡에 의사 선생님은 자가 호흡이 거의 되지 않는 상태라 하셨다. 산소 호흡기 사이로 밀려 들어오는 산소로 겨우 호흡이 유지되고 있었지만 곧 아빠는 그 마지막 호흡까지도 멈추셨다.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아빠를 부르며 큰 소리로 눈물을 흘렸지만 나는 아직 식지 않은 아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여전히 전했다.
"아빠 사랑해, 내 말 들리지? 아빠 내가 말한 대로 빛만 보고 걸어가야 해. 알았지? 다른 데로 가서는 안돼.
우리 다시 만날 거니깐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너무 수고 많았어 아빠. 잘 가. 정말 사랑해.
죽음의 순간을 시간으로 계산하면 분명 1초도 안 되는 시간일 것이다. 아니 나눌 수 조차 없는 시간이라 말하는 게 옳겠다. 그런데 우리는 이 1초도 안 되는 그 죽음의 순간을 두려워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어렸을 때 죽음이라는 것은 아주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아마도 전쟁영화에서 총이나 칼을 맞고 죽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으로 각인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빠의 경우에도 외 할머니의 경우에도 고통스러운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아픔이 없이 평안한 모습이었으니까... 물론 내가 직접 죽어봐야 알겠지만 지금의 생각으로 나는, 언젠가 마주하게 될 가장 소중한 그 1초도 안 되는 시간을 아름답게 맞이하고 우리가 온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