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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국화 Oct 06. 2024

윽, 내가?

불안정했던 나를 돌아보면 "윽!" 이 많이 떠오릅니다. 술에 취해 뱉어버린 창피한 것들, 감정에 깊게 빠져서 그저 행해버린 것들. 그 순간엔 정당하고 '당연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필연의 사건들이죠. 얼굴을 찡그리고 고개를 강하게 도리도리 하면서 "윽!" 하는 겁니다. 그리고 부정합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는 듯이요. 그런 상태로 몇 해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앞서 말한 것처럼 어느 날, 문득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면 "악!"으로 진화합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자기혐오의 영역까지 도달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삶을 살아가는 주체는 '나'인데, 그것을 부정해 버리게 됐으니 말입니다. 이 드넓은 세상에서요. 내 인생의 수명을 다 살다 가더라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무수히도 많을 이 세상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막막하겠죠? 남들은 다 안정되어 보이고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이리도 불행한 것일까? 내가 존재해도 되는 세상인가? 자존감이라는 명사는 제게 없었습니다. 무기력하고 불안하고 두려운 것 투성이에 한동안 술만 마셨던 것 같습니다. 술에 취하지 않으면 잠에 들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또 특별한 '어느 날'이 찾아옵니다. 제게는 연년생 동생이 있습니다. 대체로 잘 지냈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남긴 상처들도 가지고 있는 저의 하나뿐인 동생입니다.(정말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그 녀석과 강남역 어느 소곱창집에서 술을 한 잔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정적인 것들만 늘어놓았죠.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다." 대충 이런 이야기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듣기 싫은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던 동생은 제게 한마디 건넸습니다. "형, 나는 만약에 형이 누군가를 죽였다고 해도 형 편이야." 참나. 그렇게 잘해준 것도 없고, 가장 나약해져 있어 생기를 잃은 제게 세상에서 가장 큰 편을 들어주었고,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 가며 저를 달랩니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눈물이 흐르는데 말이죠. 


저는 이렇게 또 감사함을 크게 느꼈습니다. 동생과 함께한 소곱창 추억은 아마도 어머니와의 눈물 젖은 식사와 비슷한 시기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를 믿고 응원하는 절대적인 지지자들이 있는데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이모와 이모부. 모두 항상 제 곁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다시 나를 사랑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시도했던 장단점을 나누고 나니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나누게 됩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막 써내려 갔습니다. 공책에 적으면서 '아, 내가 생각보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많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은 정말 온전하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타인의 눈치를 살폈고 그들이 주도하는 대로 흘러갔던 과거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단체나 모임에 속해 있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할 수는 없죠. 상황에 알맞고 관계에 맞춰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응당하지만 그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좋아하는 것에 대한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행위가 정말 좋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요. 여기서 또 과거로의 여행이 필요합니다. 저는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노래 부르는 것을 꽤나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와서는 그림을 정말 열심히 그렸어요.(하루에 5-6시간을 거의 매일 그렸습니다.) 그다음엔 영화가 좋다고 1년 정도 연기를 배웠습니다. 그다음에 만난 친구는 '책'이었습니다. 첫 시작은 그저 책을 읽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기에 그래서 저도 책을 읽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만 생각했습니다만, 제 자신을 더 돌아보니 '편지' 혹은 '메모'를 통한 글쓰기를 꾸준히 해왔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책과 만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서없이 이야기가 좀 길어진 감이 있는데요. 여기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졌기에 시간을 보냈던 영역들은 모두 표현의 영역에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느끼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글을 쓰는것이 좋은겁니다. 보고, 듣고, 느끼며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물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누군가 "글 쓰는 것이 왜 좋으시죠?"라는 질문을 한다면 위에 서술한 것처럼 장황하게 설명하진 않을 것입니다.(분명히 절제된 답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저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는 것이 이롭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질에 대해서 알아보자는 것이죠. 이렇게 자기 인식을 잘하고 있다면 어떤 단체나 모임 속에서 '나'의 의견을 분명히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드럽지만 강한 주장을 전하여 어떤 때는 다수의 의견에 동의를 하기도 또 어떤 때는 거절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좋고 싫음이 분명하지 않다면 오해가 생기고 마찰이 잦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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