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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영 Mar 29. 2022

2. 까치와 공작새의 꿈









 먹이를 찾아다니던 까치가 저 아래에서 눈부시게 화려한 깃털을 커다란 부채 모양으로 쫘악 펴고 한가로이 노니는 공작새를 보았다.

 “어머, 네가 그 아름답기로 유명한 공작새구나. 너의 깃털은 너무도 멋지다.”

 “응, 모두들 내 깃털을 보고 부럽다고 하더구나. 너도 부럽니?”

 “그럼, 부럽기만 하니? 단 하루라도 너 같이 아름다운 몸으로 살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그래? 예쁘기만 하면 뭐하니? 너처럼 날 수가 없는 걸. 나도 다른 새들처럼 하늘을 훨훨 날아보고 싶어.”

 “아이고 모르는 소리 하지 마라. 우리가 나는 것은 춤추며 놀러 다니는 것이 아니야. 먹이도 구해야 되고, 집도 지어야 하는 거야. 너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먹이를 주니 얼마나 좋으니.”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날 수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얼마 전에는 아주 작고 예쁜 파랑새가 와서 내 먹이를 먹고 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앙증맞고 귀여운지 금 새 사랑에 빠져버렸단다.”

 “어머나, 그래서? 그 파랑새는 어디 있어?”

 “아휴, 한숨밖에 안 나온다.”

 “아니, 왜?”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도 전에 배불리 먹고 나서는 파르르 날아가지 뭐니?”

 “그럼 쫓아갔어야지.”

 “너도 참 한심한 소리를 하는구나. 나는 왜 나를 수도 없는데 새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어.”

 “하기는 그러네. 내가 파랑새를 만나면 너의 마음을 전해 줄게. 그래도 너는 집을 지을 걱정도 없어서 좋겠다. 우리는 여러 날에 걸쳐서 작은 나뭇가지를 물어다가 애써서 집을 지어도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흔적도 없이 날아가기도 한단다. 그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모를 거다. 이 배만 하얗고 모두 새카맣기만 한 깃털도 너무 싫어. 그래도 까치는 아침에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우리 사촌 까마귀는 온몸이 까만색이지 않니, 그렇다고 그러는지 사람들은 까마귀가 울면 불길하다고 무슨 마귀라도 본 것처럼 쫓아 버린단다. 우리가 뭐 까맣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야.”

“네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아프구나. 하지만 너의 까막까치가 칠월칠석날이면 하늘까지 올라가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가 되어 만나게 해 준다고 칭송이 자자하지 않니. 그리고 너의 들은 동무들과 떼로 몰려다니며 노래도 부르고 놀러 다니던데, 우리 공작새들은 동무도 많지 않고, 맨날 이 좁은 우리 안에서 목이 빠져라 하늘을 쳐다만 보아야 하니 너무도 답답해. 그래서 언젠가는 집을 나가면 넓은 세상 구경을 할 것 같아서 나갔었단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잡혀오고 말았어. 너무 짜증 나. 아마도 우울증에 걸리고 말 거야.”

 “그랬구나. 내가 너보다  몸집이 크다면 너를 업고 날아서 세상 구경을 시켜주었을 텐데 안타깝다. 공작새야, 우리가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또 새로 태어나려나?”

 “아니야. 나는 절대로 공작새는 안 될 거야.”

 “그래? 그럼 무엇이 되고 싶어?”

 “음, 아마도 사람이 제일 좋을 것 같아.”

 “왜? 사람은 너처럼 화려한 색깔의 몸이 될 수 없잖아.”

 “아이 구, 너 한번 공작새가 되어볼래? 사람들처럼 어쩌다 화려한 옷을 입을 수 있어야 좋지 항상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아 떨고 있는 것이 얼마나 지겹고 불편한지 아니? 편안한 차림새로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긴 그렇구나. 사람들은 우리 새들처럼 날개가 없어도 비행기를 타고 더 높이 날아다닐 수도 있고, 집도 마음대로 튼튼하게 지어 바람에도 끄떡없으니 참 좋겠다.”

 “그래. 맞아. 이 세상 어디든지 가고 싶은 대로 다 갈 수가 있대. 새 들 보다 더 멀리, 더 높이. 그리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다 만들어 먹을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할까?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맨날 비슷한 것만 주잖아, 그래서 먹기 싫을 때가 많단다. 까치야, 그래도 너희들은 날아다니며 먹고 싶은 것만 골라서 먹을 수 있지?”

 “그렇지도 않아. 우리가 잡아먹을 수 있는 벌레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 거야. 너는 가만히 있어도 배고프지 않게 갖다 주니 우리들보다는 훨씬 좋은 것 같아.”

 “까치야, 우리 이다음에는 꼭 사람으로 태어나서 만나자. 그때는 나는 너처럼 까만 양복을 입은 멋진 남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나는 너처럼 예쁘고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가 되어서 너와 만나야겠다.”

 “그래그래. 우리 약속하자.”

 “응. 약속할게. 그런데 사람들은 우리들이 이렇게 부러워하는지 알까?”

 “알겠지. 이 세상의 지배자로 태어났는데 그 행복함을 모른다면 사람이 아니지.”

 “맞아. 공작새야 만나서 즐거웠어. 안녕.”

 “까치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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