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에는 잔설이 남아 있는데 길가에 노란
민들레가 ‘봄이 왔어요.’하고 첫인사를 건넨다. 어찌나 반갑던지 한 참을 앉아서 미소를 나누었다.
어쩌면 자연은 이렇게 거짓이 없을까?
나도 민들레처럼 살아야지.
긴긴 겨울을 땅 속에서 오롯이 봄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다가 봄이 되면 말없이, 그것도 길가의 가장 낮은 곳에서 봄의 전령처럼 조용히 피어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아름다운 마음의 꽃.
그러다가 또 때가 되면 꼭 그래야만 하는지 하얗게 늙어 머리가 세어버린 할멈이라도 된 듯이 홀씨가 된다. 꽃도 아닌 것이 신기한지 어린아이들이 고 작은 입을 오므려 폴폴 불면 날다가 바람이 오면 훨훨 따라 하늘로 가 버린다.
그렇게 아주 천상에라도 가는 줄 알았더니 다시 내려와 또 어느 곳에 앉아 새봄을 기다린다.
그리하여 피고 지기를 영원히 하는 걸까?
그러나 나는 새봄이 와도 그렇게 샛노란 예쁨을 자랑할 수가 없다. 점점 더 늙어가야만 할 테니까.
하지만 마음만은 점점 더 예뻐질 수 있으리라.
아니 되면 더 예쁘게 다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