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살살 내리는데 창밖에 노란 나비 한 마리가 붙어있다.
매끄러운 유리에 떨어질 것 같아 애처롭다.
맑은 날에는 그렇게 사뿐사뿐, 훨훨 멋지게도 날아다니는데 비가 오면 어디에서 비를 피할까?
혹시 날개가 젖어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문득 초등학교에 다닐 때 여름 방학이면 곤충 채집 숙제가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럴 때면 으레 껏 채집의 1순위가 나비였었다. 아마도 나비가 가장 예쁘고 잡히는 대로 모양과 색갈이 다 달라서였나 보다. 지금 생각하면 고 여리고 예쁜 나비를 잡아서 그것도 상자에 고정시키느라 핀으로 꽂는 잔인함을 아무렇지 않게 했는지 모르겠다. 매미채에 갇힐 때 무서워 얇디얇은 날개를 파르르 파르르 떨었으리라.
그러면서 얼마나 원망을 했을까?
'너무 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었는지 알기나 합니까? 알에서 애벌레가 되어 허물을 4번이나 벗어야 번데기가 되고 이 번데기의 상태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아름다운 색깔을 가진 나비가 되지요. 그러나 우리의 수명은 겨우 20여 일에서 8개 월인데 그 짧은 생애를 다 마치기도 전에 이렇게 죽이다니요. 우리 나비는 사람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가 새처럼 곡식을 쪼아 먹어서 허수아비까지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매미처럼 시도 때도 없이 울어서 낮잠 자는 아기를 깨우는 것도 아니며, 또 벌처럼 쏘아서 아프게 한적도 없는데, 다만 예쁜 몸매를 갖었다는 이유로 잡아서 놓고 보아야겠습니까?
태양이 찬란하게 비출 때 나올 나올 날아다니면 어린아이들이 같이 팔랑팔랑 춤을 추며 따라다니는 것만 보아도 즐거운 것일 텐데요.'
할 말이 없다.
이만여 종류가 된다는 나비가 다 한데 모여 사는 나비 나라가 있다면 아마도 그곳이 천국일 것 같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이다지도 아름다운 나비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봄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