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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영 Apr 06. 2022

5. 아기 펭귄의 가출


  




 아빠:당신은 내가 먹이를 구해오는 동안 아이들 잘 챙기라고 했는데 어떻게 막내가 아직도  안 들어왔는데    찾지 않고 있단 말이오?

  엄마:아이고, 오늘도 또 길을 잃어버린 게 틀림없어. 이 아이는 누구를 닮아 걸핏하면 길을 못 찾는 거야?    형들처럼 영리하지 못하고.

  아기 펭귄은 길을 잃어버려 헤맨 적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멀리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호기심이  많아 자꾸만 새로운 곳을 가 보고 싶었지요.

  오늘도 아기 펭귄은 길을  잘 못 들어 늦게 가다가 맞은편에서 아기를 찾아 나선 엄마가 혼자 말로 '오늘은 들어오면 꽁꽁 묶어 놓던지 해야지 내가 아주 살 수가 없어.'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뭐? 나를? 그럼 나는 다시 새로운 곳을 가 볼 수 없는 거야? 아, 그건 안되지. 또 다른 곳은 얼마나 멋진 것이 있을지 모르는데. 오늘 만난 아기 물개도 다시 만나서 아기 곰을 보러 가기로 했는데. 그럼 어떡하지?'

 엄마가 보이지 않는 곳에 앉아 궁리를 하던 아기 펭귄은 집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는 우선 날이 어두워지니 가까운 동굴에 들어가 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동굴은 아늑하고 조용했어요.

 마침 잠자리로 적당한 곳이 있어 누워 잠을 자려고 하는데 배가 고팠습니다.

 '아, 지금쯤 형들은 맛있는 저녁을 먹겠구나. '

 그러나 그때 형들과 엄마, 아빠는 모두 불안한 마음으로 아기 펭귄을 찾아 헤매고 있었답니다.

 '배 고픈 것은 참아야 돼. 내일 멋진 곳을 갈 생각을 하면.'

 눈을 감고 잠을 자려하는데 '푸드덕'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뜨니 시커멓고 커다란 날개를 가진 박쥐가  아기 펭귄을 내려다보고 있는 거예요.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커다 란 입을 벌리고.

 "아, 박쥐 아저씨.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아기 펭귄은 무엇을 잘 못했는지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빌면서 사정해야 될 것 같았지요.

 "으음, 너는 왜 이 밤에 나의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온 거냐?"

 "네? 아저씨의 집인 줄 몰랐어요."

 "너는 엄마, 아빠가 없는 것이냐?"

 "아니, 그게 아니라  저어, 사실은 집을 나왔어요."

 "뭐라고? 너는 아직 아기인데 집을 나와?"

 "엄마는 두 형에게는 멀리 가서 놀다 와도 잘했다고 칭찬만 하는데, 나는 나가기만 하면 빨리 안 온다고 막 야단친단 말이에요. 나만 미워하는 게 틀림없어요. 그리고 나는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은데 이제 묶어 놓겠다고 하니 어떻게 집에 갈 수가 있어요?"

 "그러면 너는 혼자 살아갈 수 있니? 먹이는 있고?"

 "아니요. 그런 것은 모르겠어요."

 "아가야, 네가 살아가려면 집도 있어야 하고 먹이도 있어야 한단다. 너는 아직 어려서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 얼른 집에 가거라. 엄마 아빠가 얼마는 걱정하시겠니?"

 "싫어요. 엄마는 내가 없으면 아빠한테 혼나지도 않아서 좋아할 거예요. 엄마한테는 형들만 있으면 돼요."

 그때 멀리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막내야, 막내야." 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지요..

 아기 펭귄이 가만히 들으니 엄마의 소리였습니다.

 "아가야, 너를 찾는 소리 아니냐? 어서 나가 보아라."

 아기 펭귄은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자 반가워 눈물이 나려 했지만 잠시 망설이는 듯했습니다.

 '지금 따라가면 다시는 못 나올지도 몰라. 이곳은 컴컴해서 찾지는 못할 거야'

 아기 펭귄의 눈치를 살펴보던 박쥐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요.

  "배가 슬슬 고파오는데 오늘은 먹이를 구해오지 못했네. 어떻게 하나? 가엾기는 하지만 할 수없지. 아기 펭귄이라도 잡아먹을 수밖에. 으음."

 이 소리를 들은 아기 펭귄은 겁에 질려 "엄마, 나 여기 있어요. 으앙."하고 울면서 뛰쳐나갔지요.

 "아이고 아가야. 엄마가 너를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 엄마는 네가 없으면 하루도 살 수가 없어. 왜 이리 멀리까지 온 거야? 배 고프지? 빨리 집으로 가자. 아빠와 형들은 다른 곳으로 너를 찾으러 갔어."

 엄마는 아기를 꼭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기는 엄마 품이 이렇게 따뜻한 줄은 몰랐습니다. 

 '엄마가 뭐라고 했지? 나 없으면 하루도 못 산다고? 그랬구나. 엄마는 나를 미워한 게 아니었어. 엄마 미안해. 나도 엄마를 사랑해.'

 아기 펭귄은 엄마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가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는 엄마 속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습니다.

 박쥐 아저씨는 멀어져 가는 펭귄의 모습을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밤하늘의 둥근 달님은  이들이 가는 하얀 눈길을 더욱 환하게 비추어 주었습니다.

반짝이는 많은 별님들도 '아가야,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하며 손짓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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