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참새는 이제 기력이 약해져 둥우리에서 손자가 물어다 주는 먹이만을 기다린다.
“할아버지,왜 이렇게 더운 날인데도 먹이가 없는지 모르겠어요. 이것도 간신히 구해 왔으니 드세요.”
“그럴 수밖에. 지금은 사람들이 나무에 벌레를 죽이는 약을 주니.”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도 그랬나요?”
“아니지. 나 때는 말이다 그런 약이 없었나 봐. 너무 먹을 것이 많았단다. 흐음,그렇지만 우리 참새들이 살아남기는 더 어려웠어.”
“아니,왜요?”
“그때는 사람들이 우리 참새들을 잡아다가 구워서 팔았지 뭐냐. 너의 할머니도 실은 그렇게 잡혀갔단다. 휴우,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그래서 나는 깊은 산속으로 도망가 숨어 살았지. 사람들이 나를 보면 그냥 둘 리가 없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아도 잡으려 하지 않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니겠니? 그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먹이는 아껴 먹으며 살아라. 가을이 오면 곡식을 얻어 올 수도 있으니. 세상 살이라는 것이 다 만족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예,할아버지. 그럼 저는 또 저녁에 먹을 것을 구하러 깄다 오겠어요.”
손자 참새는 고 작은 날개를 파르르 펼치고 날아가며 생각했습니다.
‘그럼,아빠 엄마도 사람들이 잡아갔을까? 아닌데,아 이제 생각났다. 내가 막 태어났을 때 일 거야. 어느 비 오는 날이었어. 갑자기 천둥이 치고 세찬 비가 오니까 할아버지는 나를 꼭 안고 이웃의 뻐꾸기 아저씨네 둥지로 피신을 갔었지. 아저씨의 집은 훨씬 튼튼했으니까. 아빠와 엄마는 우리 집이 날아가지 않게 하고 따라가겠다고 했지. 그런데 그때 시커멓고 커다란 독수리가 비를 피해 나무에 앉으려다 아빠와 엄마를 보았다지. 배가 고프던 터라 독수리는 그 무서운 발로 아빠와 엄마를 사납게 채 갔다고 했어. 비가 그치고 다시 돌아왔을 때 할아버지는 그래서 많이 많이 울었던 거야.’
아빠 엄마를 생각하니 어린 참새는 너무도 슬펐습니다.
‘우리 참새는 왜 이리도 작은 몸일까? 내 몸을 독수리보다 더 크게 할 수는 없을까? 그러면 아빠 엄마를 잡아간 독수리에게 복수를 하고 말 텐데.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리하면 또 독수리의 자식들이 나의 자식들에게 복수를 하려나? 아,안 되겠다. 그러면 복수는 끊임없이 일어날 테고 온 생애를 복수에 눈이 멀어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런 불행을 시작해서는 안된다. 그럼 슬프지만 참아야 옳은 것일까?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아야겠다. 분명히 할아버지는 현명한 대답을 해 주실 거야.’
“그래도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나는 외롭지 않아. 어서 가서 할아버지의 저녁거리를 구해 와야지.’
참새는 또다시 날아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