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월드 제2막

by 궁금하다

읽기에 편안한 소설이 좋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시시껍절한 농담과 따뜻함 이런 것들이 좋다. 너무 진지하면 곤란하다.(특히 피곤할 때는)


그리고


그런 맥락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도 편안하다.


사실 저번 주에 읽은

두껍지도 않은


'구의 증명'은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정신적인 압박이 좀 있는 소설이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좀 가벼운 소설.

도서관에 가면 음청 많은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리즈 중에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일본 작가에게 에도시대라는 역사적 시기는 어떤 의미일까?

우리로서는 임진왜란이 끝난 시기의 일본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을 통일한 후 도래한 약 250년간의 평화 시기(?)

도쿄의 도시 변두리에서 서민들의 삶이 피어나던 시기(?)

전쟁과 사무라이의 시기가 가고 평화와 상인들의 시대가 온

그런 시기가 아닌가 한다.(잘은 모르지만)


그래서 그런지 미야베 미유키 씨에게 에도 시대는 약간의 그리움(?) 약간의 향수(?) 같은 것을 주는 것은 아닐까? 싶다.

싸우는 병정개미는 이제 필요가 없고,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일개미들의 시대가 된 것이다.

흔히들 요순시절을 말하듯, 작가도 에도 시대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7편의 짧은 단편은 에코인의 모시치라는 인물(오캇피키, 우리에게는 동네 치안 담당자, 형사, 어깨 형님), 그리고 도쿄 주변의 상점이라는 공통점으로 엮인다.


주인공은 대단한 영웅이나 극악한 범죄자는 아니다.

국수가게에서 일하는 고용인, 상점에서 일하는 하녀, 목욕탕 집 딸내미, 버선 가게에 들어가게 되는 하녀, 등등이다.


서민들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모시치.

모시치는 사건의 내력을 조금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장치가 된다.


그리하여 동네에 전해지는 불가사의한 이야기

소문 같은 것들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추리소설 대가의 작품답게 적당히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그리고 범인이 밝혀지면 속사정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단편인'외잎 갈대'에서 초밥가게 주인 남자(도베에)가 죽고 그의 딸이 범인으로 의심을 산다. 겉으로 볼 때 주인 남자는 냉정하고 사람들을 동정할 줄 모르는 냉혈한이다. 남자와 딸은 그런 남자의 성격 때문에 다툼이 있었다는 것이 주변인들에게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 그(도베에)의 딸에게 밥을 얻어먹다가 딸을 짝사랑하게 된 하라스케. 딸은 밥을 전해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외잎갈대를 신호로 썼다. 하지만 알고 보니 초밥 가게 주인 남자는 단순한 동정보다는 실질적인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돕던 인격자였고 짝사랑하던 그의 딸은 하라스케를 잊은 지 오래다.


그 대신 먹고살기 위해 무엇이든 했다. 어머니는 낮에는 가까운 음식점에서 일했고 밤에는 잘 시간을 줄여 부업을 하곤 했다. 히코지 형제도 바지락 장사에서부터 장작 모으기, 나아가서는 고물상 흉내까지 내 가며 줄타기 곡예사보다 더 위태로운 생활을 지탱했다.

그 줄타기의 줄도 어머니가 쓰러졌을 때 뚝 끊어졌다.

"열여섯 살 때 휴가를 받아 혼조에 돌아갔을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외잎 갈대를 보는 일은. 그 후로 오카와 강을 건너 혼조로 돌아간 것은, 이번 도베에 씨의 장례식이 처음입니다."


“그 약속은 제 마음을 지탱해 주었습니다. 좋은 꿈이었지요. 그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아저씨 가게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었습니다. 오미쓰 아가씨는 우리가 굶어 죽지 않도록 해 주셨을 분만 아니라 좋은 꿈을 꾸게 해 주고, 저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내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외잎 갈대가 언제나 저와 아가씨의 약속을 생각나게 해 주었지요. 저 같은 놈에게 그렇게 많은 추억을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약간은 씁쓸하지만

과도하게 복잡하지 않고 범인도 밝혀지고......


하나의 완결된 세계다.


그래서 머리가 무거울 때는 역시 에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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