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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되찾은 말

Salvation never arrived

그날 이후, H는 누구의 감정도 소유하지 않기로 했다.

심지어 자신의 것마저도.


그리고 그 날,

H는 정신분석가 앞에서 입을 열었다.

간결한 영국 억양으로, 그녀는 말했다.


“The past weekㅡ It was chaos.

I've lost my language.”


그녀의 말은 문장이 아니라,

살점에서 떨어져 나온 기억의 파편처럼 느껴졌다.


분석가는 그 문장을 그대로 수신했다.



문법도, 시제도, 감정도

모두 뒤섞여 있었지만,

그 왜곡 속에 오히려 진실이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땅에 붙들린 육체와 허공으로 사라진 실루엣 사이에서

그녀의 언어는 이미 예언된 부재로 흩어졌다.

Between the ground-bound witness and the vanished silhouette,

her language dissolved into the prophecy of absence.

(“Ground-bound witness" refers to H, the grounded, clinical observer of her own pain.

"Vanished silhouette" refers to the hallucinated savior, the idealization of someone: who I realized was never truly there.)


H에게 깃든 오래된 갈망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읽어주는 존재’였다.

This image mirrors the analyst who "received the sentence as it was"—a detached, impersonal receiver

정서적 굶주림과 생존 본능이

늘 상상해왔던 그 무언가를 향해

문장을 조심스럽게 보내왔다.


그리고,

그녀는 언젠가 그 존재를

눈앞에서 본 적이 있다고 믿었다.


그 존재는, 그녀의 균열을 감지한 사람처럼 보였다.


환상은,

그녀의 외면을 소비하지 않았고,

말하지 않아도 ‘들어주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환영은 아무것도 듣지 않았고,

그 침묵은,

조금 더 잔인한 방식으로 그녀를 떠났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녀가 가장 오래전에 만들어놓은

구원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원은 도착하지 않았다.

Transcendence, Enigma, and the Prophecy of What Never Arrives


그날 이후,

H는 다시는 누군가를 자신의 언어로 구해내려 하지 않았다.


#note:

나는 까마귀를 택했다.

부재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코 소속되지 않는 존재,

스쳐 지나가는 실루엣,

그리고 언어가 되어버린 침묵.

까마귀는 임상적 관찰자(분석가)와 예언적 환상의 부재(구원) 사이를 잇는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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