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고속도로와 부서진 우산
8월의 어느 비오는 일요일의 고속도로에,
허공에, 연회색 안개가 떠돌고 있었다.
폭우는 내리지 않았다.
그 안개는,
단지 공기의 질감일 뿐이었다.
창문에 빗방울이 맺혔다가,
느리게 번져나갔다.
와이퍼가 창을 긁는 소리와 교차하는
잠깐의 선명함은 나타났다 지워졌다.
H의 차 뒷좌석,
부러진 우산 하나가 갑자기 굴러갔다.
그 우산은 H의 것이 아니었다.
그 우산은 운전석으로 굴러왔고,
H는 우산을 발로 치우지 못했다.
터널 앞,
입구는 검은 틈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라이트가 벽에 닿았고, 공기는 더 어두워졌다.
그 순간,
H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계기판의 불빛마저 희미해졌다.
앞차의 미등도 사라졌다.
타이어는 여전히 노면을 스쳤지만,
H는 브레이크 위에 발을 얹을 수 없었다.
손끝은 일그러진 비상등을 향하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60Hz의 잡음이 주파수를 가로질러 남았다.
음악은 흐르지 않았고 이명만이 멈춰 있었다.
그날 이후, H는 터널을 지나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