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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해바라기.

해바라기씨

by 선영언니

해바라기 씨


역시 가을은 가을이다. 시간도 날씨도 바람도 여유롭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자유롭게 본인의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놀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서부터 누군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각자하고 있던 것은 놓지 못하고 시선만 초록 대문 쪽으로 쏠린다. 서로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다른 것을 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함께하면 무언가로 연결된 느낌이다. 멀리서부터 인기척을 내며 들어온 어른은 이유가 있었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높이 흔들어 모두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무언가 다가가보니 해바라기 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씨앗이 맺힌 해바라기였다. 어른 머리만 한 해바라기를 들고 얻어 왔다고 자랑이다. 다른 곳에서 일을 보다가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어 그 큰걸 손질도 안 하고 그대로 가져왔단다. 과정을 함께 하고 싶어서 그 무거움을 감수하고 망가질까 두 손에 꼭 쥐고 초록대문이 보이는 곳에서야 마음이 놓여 기쁘게 알리는 마음. 그런 마음이 너무 고맙지 않은가. 혼자 감사의 마음과 감상에 젖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처음 보는 커다란 해바라기 꽃에 해바라기 씨가 빼곡히 들어차 가득하다. 해바라기씨가 이렇게 생기는 거라니. 게다가 먹을 수 있다. 아이고, 또 신기하다. 신기하다고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다들 자기 몫만큼만 떼어내고 껍질을 까고 만져보고 먹어본다. 모두들 햄스터가 된 모양으로 하나하나 힘겹게 씨를 까서 오도독오도독 잘도 먹는다. 우리 이거 다 심으면 내년엔 팔아도 되겠다며 또 깔깔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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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씨앗 같다. 해바라기 씨앗하나 심었을 텐데 에너지 가득 담고 저렇게 많은 씨앗을 내어주는 것처럼 씨앗 몇 개씩 까먹고도 이야기와 웃음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런 순간들이 나는 참 감동적이다. 아이들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들도 마음속에 순간의 씨앗이 담겼길 바라본다. 나도 오늘 마음속에 씨앗 몇 개 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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