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캐기
줄줄이 고구마가 자란다. 고구마 줄기가 계속계속 이어지듯 자라는 것도 애정을 갖고 보니 이제야 보인다. 줄기에서 땅으로 연신 뿌리를 내려 잘도 자라 주었다. 줄기는 똑똑 따서 껍질을 까서 먹을 수 있다. 이때 고구마 줄기에서 나온 진이 묻어 손이 새까매져도 신나서 껍질을 깐다. 산처럼 쌓인 줄기를 보며 계속 까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이걸 어떻게 다 먹어?"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고구마 줄기는 활용도가 높다. 김치를 담그고, 볶아 먹고 무쳐 먹는다. 솔직히 고구마 줄기를 먹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또 먹어보니 맛있고 정이 간다. 아이들도 식탁에 오른 고구마 줄기 요리를 뿌듯해하며 찾는다. 식탁에 오르는 순간 벌써 눈빛부터 사랑스럽게 달라진다.
이제는 진짜 우리가 아는 그 고구마를 캘 차례다. 이때다 싶어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함께 읽고 마음을 함께 모아 힘차게 고구마 캘 준비를 마쳤다. 줄줄이 고구마가 나온다. 시장에서 크기별로 분류된 고구마가 아니니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에 어느 하나 같은 모양도 없다. 고구마는 줄기에 여러 개씩 달려있는데 주렁주렁 열린 줄기를 들고 대상 받은냥 치켜올리며 기뻐한다. 다들 박수에 환호성에 시상식이 따로 없다. 그것도 신기한데 바구니며 상자며 한가득 차도 끝도 없이 나온다.
상처가 나지 않도록 삽으로 고랑 옆을 들춰 올리고 나머지는 다 손과 호미오 작업한다. 고사리 손으로 흙을 파면서 캐내는데 그러다 큰 것이라도 나오면 여기저기서 함성이 절로 나온다. 큰 것은 얼굴만 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다. 미소를 넘어선 함박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고구마는 후숙 해서 먹어야 달데."
소소한 식재료 지식을 서로 알려주며 고구마를 펴서 말린다. 곧 모닥불에도 구워 먹고 튀겨먹고 쪄 먹자며 맛있는 상상을 끝도 없이 이어나간다.
고구마를 크기별로 분류해서 나눈 후 먹을 만큼 나눠 가져가고 나머지는 말려서 모일 때마다 먹는다. 활용도 높은 고구마는 어떻게 먹어도 꿀맛이다. 게다가 우리의 정이 듬뿍 들어간 고구마가 아닌가.
심는 것부터 이렇게 열매 열려 먹을 때까지 고구마는 우리와 함께 자랐다. 그것을 또 우리의 에너지로 맛있게 먹고 내년을 기약한다. 소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고구마 키우기가 나를 지구의 일원으로 순환하고 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