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만들기. 모닥불.
어느새 추석이 코앞이다.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가고 하루를 당연하게 살아가고 있을 즈음 시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명절인 것 같다.
명절 하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나 먹거리지.
"송편을 찔 때에는 밑에 솔잎을 까는 거래~"
누군가의 한마디에 분주히 움직여 본다. 솔잎을 따서 씻어어 채반에 모아둔다.
"어떤 맛이 나려나~솔 향이 나려나"
언제나처럼 만들기도 전에 벌써 먹는 생각으로 마음까지 분주하다. 쌀가루 반죽을 하고 색을 섞어 아이들과 조물조물.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
아이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느라 실력이 더는 것 같다. 어느새 예쁜 송편이 하나 둘 늘어난다. 아이들의 상상이 더해진 송편의 모양은 송편이라고 할 수 없...
말을 아껴본다.
"저는 이렇게 만들어 봤어요~"
"저는 이거요~" "이거 보세요~"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어느 때는 거기까지만!! 하고 외치고 싶지만 속으로만 외치고 꿀꺽 삼켜 넣는다. 세상 신기한 모양의 송편들과 멀쩡한 송편들이 함께 섞여 찜기에 들어가고 우리는 익어 내입 속으로 들어가기만을 기다려본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맛있게 쪄진 송편이 입 안으로 쏙 들어가는 순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우리가 만든 것이 진짜 떡이 되었다는 것도 신기한데 그것 보다 더 신기한 건 아이들은 내가 만든 건 어떻게든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송편이 아닌 송편을 먹으면서도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단다. 언제나처럼. 그래 그럼 된 거지 싶다.
동네를 돌며 어르신들께 조금씩 나누어 드린다. 인사드릴 때 긴장했던 표정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는 뿌듯함으로 가득하다. 예쁜 것만 고르느라 좀 힘들었다는 건 안 비밀.
이제 더운 기운이 없다. 선선한 바람이 분다. 그동안 열심히 자라준 작물들도 생을 다한 것들이 있다. 밭을 정리하고 모아 모아서 모닥불을 피운다. 불만 피워도 너무 신나서 쪼르르 불옆에 둘러앉는다. 그렇게 생명력 넘치던 가지들이 한 줌의 재가 되어 밭에 뿌려진다. 또 내년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마시멜로도 구워 먹고 불멍도 하고 어느 하나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남겨 주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