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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순내 Sep 03. 2024

잠수

또는 헤엄

난 너를 헤엄쳤었다

가는 팔을 허우적대며

나는 너를 헤엄쳤었다


더 깊게, 더 깊숙히, 조금만 더,

있는 힘껏 발을 쳐대며 검고 검은 너에게로 잠수했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다시금 참으며,

산소통의 산소를 모두 빨아들이듯 호흡하며

너에게 잠겼다


속에서 일렁이는 파도에 저항하며

다시금 숨을 들이키며

너에게 속삭였다


작고 작은 진동들에 일렁이던 파도들이

한 데 뭉쳐 나를 밀어냈다


이게 너인가


나의 숨을 막아대는 파도를 보고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파도가 너인가


밀어내는 것이 너인가


거친 물살에 구름이 떠다녔다

물을 잔뜩 토해내며 주름진 손가락에 시선을 두었다

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이 다시 손을 적셨다

알 수 없는 허전함에 등을 메만졌다


애초에

없었구나

산소통

이라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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