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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순내 Sep 11. 2024

허리가 고장 났어요 1

아프다


작년 9월부터 6개월간 계약직으로 일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난 다시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직 젊은 나이라고 생각했기에 몸이 힘들어도 사람들에게 음료를 만들어 줄 수 있음에 행복했다. 가끔 오고 가는 농담도, 함께 일하는 매니저와 대화도 나에게 활기찬 에너지를 전달해 주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3개월쯤, 아니 사실 한 달쯤부터 허리가 아팠다. 허리 통증은 오래 서있기만 해도 가끔 찾아오는 것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르바이트를 조금 쉬는 날에는 괜찮겠지, 하고 열심히 허리를 두드리고 몸에서 풍겨오는 파스 냄새로 마음을 안정시켰다.



평소와 같은 아침이었다. 머리를 말리기 위해 바닥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 드라이를 했다. 순간 내 코를 관통한 재채기와 함께 엄청난 허리통증을 느꼈다. 그때부터였다. 허리에는 그동안 느꼈던 통증과 다른 기분 나쁜 통증이 찾아왔다.



그 후로도 한 달쯤은 병원을 가지 않았다. 어릴 적 병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병원을 찾는 것을 꽤 두려워했다. 하지만 옆으로 누워 자도 아프고, 똑바로 누워 자도 허리가 아파왔다. 정확히 말하면 왼쪽 골반이 아팠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아무것도 아닌 염증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계속되는 통증에 닥쳐오는 두려움은 날 병원으로 이끌었다.



집 앞에 있는 정형외과의 자동문이 열리고 접수처 앞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내게 머물렀다 사라졌다. 정형외과 옆에는 요양원이 붙어 있었다. 외할머니가 있던 요양원이다. 코로나 시절 요양원에 계셨던 외할머니를 보러 딱 한 번 이 정형외과 앞에 서 있었다. 면회시간을 기다림 끝에 할머니의 얼굴을 1분 정도 볼 수 있었다. 그게 마지막 할머니 얼굴일 줄도 모르고, 추석인지도 설날인지도 기억 못 할 만큼 난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아마 친구와의 약속 때문이거나 외출을 끝내고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명절이 지나고,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았던 그 병원에 발을 담갔다.



왼쪽 골반이 아프다는 내 말에 의사 선생님은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커다랗고 딱딱한 침대도 아닌 것에 누워 골반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정면으로 움직이며 사진을 찍었다. 대기하기 위해 의자에 앉아 자동문으로 들어오는 환자들을 힐끔댔다. 나만큼 젊은 사람이 있는지, 어디가 아파서 왔을지 따위의 심심한 상상을 하며 별일 아니길 바라는 두려움이 가득한 마음을 꾸겨 넣었다.


‘---님’


다시 의사 선생님을 마주하고 나의 골반 뼈 사진을 보았을 때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인지 골반 뼈의 균형은 위아래로 삐뚤어져 있었다. 열등감을 가득 담았었던 내 마음 같아 괜히 심기가 불편해졌다.


‘디스크가 조금 있네요.’


예상하지 못한 단어를 듣고 순간 멍해졌다. 디스크는 전혀 생각지 못한 단어였는데. 난 그저 ‘염증이 조금 있네요’라는 말을 들으려고 아르바이트 가기 전 두 시간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병원에 왔을 뿐인데. 멍한 기분으로 주사를 맞고, 짧은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고 병원을 나왔다.



무엇 때문일까. 잘못된 내 자세? 먹고살기 위해 한 아르바이트? 그렇다기에 난 생각보다 바른 자세를 잘 유지했고, 요가도 꾸준히 다녔다. 그래도 초기라고 하니, 다행인 마음이 들었을까. 점차 생활습관을 고치자는 마음으로 두려움을 눌러댔다. 덤덤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불안함은 스멀스멀 올라와 내 머리를 적셔왔고, 허리디스크에 대해 검색할수록 두려움은 핸드폰 화면 전체를 감쌌다.



‘디스크는 절대 나을 수 없습니다-!’

‘허리디스크는 운동하지 마세요’

‘디스크 수술 비용’



큼지막한 유튜브와 블로그 제목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절대’, ‘마세요’, ‘수술’. 왜 이런 단어들이 나를 괴롭히는 것인지, ‘조금’이라는 말에 완치라는 희망을 걸 수 없는 것인지 궁금했다. 게다가 난 아직 26살인데, 운동을 안 하기엔 운동을 좋아하는데, 디스크를 수술할 만큼의 돈은 아직 없는데.



세상은 참 불공평했다. 열심히 살아야 할 인생을 주셨으면 건강한 몸이라도 주셨어야죠. 하나님, 제가 불평할 수밖에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인가요, 어디까지 극복할 수 있는지 시험하시는 건가요.



난 이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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