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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Dec 05. 2024

부부

미국 폴스처치, 알렉산드리아 


맞벌이 부부는 셋은 많고 둘은 버거워 명에게 사랑을 쏟기로 했다.

좋은 책의 앞장과 뒷장처럼 살자 했다.

일심동체는 지나친 부담이고, 너무 멀어지면 남남이다.

부부는 톱니바퀴처럼 서로 도우며 양육과 직장을 병행했다.

서로 톱니가 완벽하게 맞게 되자, 첫 위기였다.

기능에 매몰될수록, 사랑은 줄어드는 듯 했다.

두 번째 위기는 살림 분담이었다.

집에 부족한 물품을 인지하고 쇼핑하고, 아이 장래를 고민하고,

학원 정보를 모으고, 식단을 짜고,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투자에, 저축에, 각종 병원을 예약하고, 노후까지 염두하는, 

집안 일을 종합해 관장하는 '기획 업무'를 

10년 이상 그녀가 전담했음을 깨닫기까지 

그저 '반반 빨래청소설거지'가 공평한 줄만 알았다.

그녀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불공평한 부부 관계를 20년간 인내했다.

혹은 남편은 그녀를 향해 귀를 막고 있었다.

남편은 인생의 내리막을 시작하자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고 했고

아이를 위해 일하며 버린 제 자존심을 그녀는 또다시 꿀꺽 삼켰다.

철없는 소리를 했구나. 

후회하며 뒤돌자 내 중년의 첫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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