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미약(心身微弱)
지난 글에서 옷을 계속 사게 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외모스트레스와 낮은 자존감을 얘기했다.
그동안 일기처럼 써 온 글을 확인하니 외모에 관한 글이 몇 편 되었는데 중복되는 표현이 많았다.
비슷한 표현이 반복되는 것은 대부분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생각이 꽤 고정되어 있다는 것과 또한 매번 비슷한 다짐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했다.
때로는 순간적인 감정을 글로 풀어내느라 글의 흐름이 엉망이고 중언부언은 다반사에 우울하고 화난 심정을 거칠게 표현하기도 했다.
편집이 필요한 글이지만 지금은 생각 디톡스가 필요한 상태로 그러자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우선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묵은 글들을 올려보기로 한다.
(학교 행사에 다녀온 날 저녁)
그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나에게 달려와 “엄마, 친구들이 엄마 예쁘대.”라고 했다.
“새로 온 친구도 엄마 보고 예쁘다고 했어.”
나는 “정말?”이냐고 심드렁하게 되물었다.
내가 나를 잘 아는데, 입에 발린 소리나 인사치레 같은 얘기는 알아서 거른다.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아이가 진지하게 정말이라고 했다.
‘내가 예쁘다고?’ 놀라운 말이었다.
욕실로 가 거울을 봤다.
젖살이 빠지고 나이를 먹으면서 나의 얼굴은 점점 사각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즐겨보던 ‘네모바지 스폰지밥’을 자처할 정도로 각이 도드라지고 있다.
그와 닮았냐고 물으면 아이들은 좋다고 웃으며 진짜 닮았다고, 거짓말도 안 한다.
워낙 얼굴에 살이 없어 볼도 파였다.
그런 내가 이쁘다고? 요즘 한국 기준으로는 전혀 예쁠 수 없는 외모다.
오래전 남편과 연애할 때 그는 사람들에게 내 얼굴을 명품이라고 소개했다.
명품??
그 당시 완전 평면이라는 기술을 내세우며 명품 티브이가 소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로 그와 ‘헤어질 결심’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저 집으로 돌아와 거울로 내 얼굴의 좌우를 살폈다.
볼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 정말 명품 뺨치는 얼굴이었다.
이런 나라도 좋다고 웃는 남자를 보니 미워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내가 예쁘다고?
하하하~~~ 웃음이 새어 나온다.
혹시 키가 커서?
한국 사람들에게는 키가 너무 커도 안 좋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았는데 이곳 사람들은 나의 큰 키를 긍정적으로 표현해주고는 했다.
몇 십 년 동안 닫혀있던 창문을 열듯 어깨를 활짝 열어젖혔다.
제법 당당해 보이도록 말이다.
그때 지나가는 아들을 붙잡고 “혹시 네 친구들은 엄마 예쁘다고 안 했어?”라고 다소 뻔뻔한 질문을 던졌다.
어차피 아들이었으므로…
아들은 어이없는 듯 피식 웃으며 “마티야가 엄마 이쁘대. 계속 그러더라.”
“오~ 그래?” 역시 미친 듯이 새어 나오는 미소를 주체할 수 없는 중에 아들이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이상해”라고 한다.
그래!! 너는 이해가 안 되겠지.
그래도 ‘이상해’라는 말은 좀 빼자.
그날 밤 우연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의 명석함인지 ‘서양에서 가장 예쁜 여자 안젤리나 졸리 근황’이라고 뜨는데 그녀는 정석 미인으로 각진 턱라인에 움푹 파인 볼 그리고 두꺼운 입술로 미의 기준을 세웠다고 한다.
어머나, 두꺼운 입술만 빼고 두 개나 해당되네, 그런데 눈코는 어쩔껴..
어쩐지 웃픈 나는 어디 한 군데에서라도 통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