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메시지를 보고 연호는 신기해했다.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긴, 애들이 말했겠지. 소희는 시선을 휴대폰에 둔 채 말했다. 충분히 예상됐다. 그 애들은 소희와 연호가 집을 구한다는 것만 말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소희가 당첨된 청년 주택에서 동거하더라, 그 집은 1인 가구용 1.5룸인데 몰래 같이 산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이 년 전부터 전해 왔겠지. 그리고 그 거주 기간이 만료되어서 이제 나가야 한다더라, 라는 최근 소식으로 업데이트됐을 것이다.
그 애들은 소희에게도 주아의 소식을 전해 주었다. 이번엔 어딜 갔더라, 뭘 샀더라, 하는 말들을. 이십 년 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해서 단기 임대 숙소로 운영한다는 것도 그 애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였다. 소희는 그 숙소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숙소 이름은 연희 할머니 집이었다. 연희동에 있는 따뜻하고 정겨운 할머니 집이라는 레트로 컨셉이라고 프로필에 설명되어 있었다. 정작 가격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고 다정하고 친근한 설명 아래 사무적인 문장이 전부였다. 가격은 DM으로 문의 주세요. 그 옆에는 기도하는 손 모양의 이모티콘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자 정사각형 3열로 배열된 사진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때 본 사진들이 카톡으로 들어왔다. 주아는 한국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운영이 번거롭기도 하고 귀찮아지기도 해서 세를 주려고 한다고 했다.
너희가 들어오면, 동기들이니까 좀 깎아 줄게.
그럼 얼마인데?
토독토독, 두 엄지로 자판을 두드려 메시지를 쓰면서, 소희는 마치 디엠을 보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아의 답장이 왔다.
음.
이후 몇 초 동안 답이 없었다. 소희는 으음, 하고 시선을 내리까는 주아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쩐지 가만히 대답을 기다리게 만들던 그 표정.
일단 와 볼래? 같이 보면서 얘기하자.
가격은 DM으로 문의 주세요. 기도, 기도. 그 문장과 떠오르는 대답이었다. 다이렉트 메시지도 아니고 다이렉트 미팅이네. 그런 생각도 했지만 연호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연호는 녹아 가는 빙수를 먹고 있었다.
주아는 주말 정오에 오라고 시간을 정해 주었다. 체크아웃 시간 열한 시와 체크인 시간 세 시 사이여서 투숙객과 마주칠 일 없는 시간대였다. 앞치마를 두른 청소부가 집을 청소하는 동안 주아는 그들에게 집을 보여 주었다. 현관 옆의 거실 화장실부터 짧은 복도를 지나 왼쪽의 부엌, 오른쪽의 거실과 그 끝의 안방, 안방 욕실, 그 옆의 작은 방까지.
집은 더할 나위 없었다. 건물은 노후했지만 집은 깔끔하게 리모델링되어 있었고 거기다 풀 옵션이었다. 냉장고, 세탁기, 방마다 달린 에어컨은 물론 식탁과 의자와 붙박이장과 텔레비전과 소파, 심지어 더블 침대까지. 주아는 이 모든 것을 보여 준 뒤에야 보증금과 월세, 관리비를 알려 주었다. 소희는 머릿속으로 대출 금액과 이자에 대해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아파트니까. 완전한 풀 옵션이니까. 무엇보다 누구나 탐낼 만큼 예쁘고 잘 관리된 곳이니까. 그러니까 어떻게든 내 볼 만했다.
그런데 저 방은 뭐야?
소희와 주아를 따라다니기만 하던 연호가 물었다. 현관 쪽의 거실 화장실을 보고 난 뒤 복도로 가기 전 지나친 방이었다.
아, 저 방은 잠겨 있어. 내 물건이 있거든. 너희도 방 두 개 정도면 되지?
주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희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년간 거주했던 그 집은 부엌도, 거실도 이 아파트보다 훨씬 작고 방과 화장실도 하나뿐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그 집에서 아웅다웅 잘 살았다. 방이 두 개, 화장실이 두 개고 거실과 부엌이 널찍한 이 집에서는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방은 처음부터 없는 방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