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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권 Nov 22. 2024

베이비 붐 세대의 주말 밥상 이야기

47. 백업 음식, 양파전

47. 백업 음식양파전     


#부 요리(副料理)의 중요성

 상차림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은 물론 주(主)요리다. 메인이 되는 음식은 밥상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든든하고 맛깔스러운 중심 메뉴는 밥상머리의 주연으로 시각적 호사와 더불어 먹는 즐거움을 안긴다. 한 끼 식사의 승패가 주요리에 달린 셈이다. 밥상을 차릴 때 주요리의 메뉴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먹음직스러운 주요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식욕을 부추기는 미각적(味覺的) 행복감의 동력(動力)이지만 든든하게 뒤를 받치는 부요리가 있다면 존재감이 더욱 빛날 것이다. 설사 주요리의 만족감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야무진 부요리가 버티고 있다면 실망감의 체감지수도 누그러질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똘똘한 부요리 하나가 웬만한 주요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양파를 다지듯이 잘게 썰고 청양고추도 얇게 썬다.


주말 밥상을 차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주메뉴 결정의 뒤끝이 영 개운치 않아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리 끝에 상차림의 리더 음식을 선택하는 데에 따른 부담감도 덜고 혹시나 들지도 모를 주요리에 대한 상실감을 만회할 백업 음식, 즉 부요리를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주요리에 못지않은 백업 음식은 밥상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요리하는 사람이나 음식을 먹는 사람 모두에게 선택지의 확장 효과를 안겨 식사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믿음직스러운 지원 메뉴나 다름없다. 그러던 어느 날,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양파와 청양고추를 이용한 양파전을 우리집 밥상의 백업 음식으로 꾸미기로 결심한 것이다.      


양파와 청양고추를 스테인리스 볼에 넣는다.


#양파와 청양고추달걀물로 구성한 백업 음식의 탄생

 내가 백업 음식으로 선택한 양파전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양파전과는 요리 방법이 조금 다르다. 대개의 양파전은 양파를 채 썰어 부침가루나 달걀물에 묻혀 기름에 부치는 방식이다. 양파와 함께 송송 썬 청양고추를 섞어 만들기도 하고 부침가루와 달걀물 둘 다 활용하기도 한다. 


내가 스스로 요리법을 짜낸 양파전의 재료는 양파와 청양고추, 달걀물 세 가지다. 부침가루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재료의 손질법에서 차이가 난다. 양파는 슬라이스 방식이 아닌 고기를 다지듯이 잘게 썰고 청양고추도 아주 얇게 썬 뒤 달걀을 푼 달걀물을 넣고 골고루 섞어준다. 재료의 양은 양파 2개와 청양고추 네다섯 개, 달걀 서너 개다.     


달걀 네 개를 푼 달걀물을 붓고 양파전 재료들을 잘 섞는다.


양파전 하나에 숟가락 2개 분량만큼의 양파전 반죽을 떠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른 팬에 부친다. 한번 먹을 때 양파전 여섯 개 정도를 식탁에 올린다. 반죽의 총량은 집사람과 둘이 두 끼를 먹을 수 있거나 두 끼를 먹고도 조금 남을 정도다. 요리할 때마다 양파의 크기가 달라 그렇다.     


#양파전의 특징

양파를 슬라이스 방식 대신 아주 잘게 썰어 요리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슬라이스 양파보다 반죽을 깔끔하게 떠낼 수 있고 전을 부치기도 수월할 뿐 아니라 완성된 양파전의 모양도 군더더기가 없어 예쁘다. 양파의 알갱이가 작아 씹히는 식감도 훨씬 부드럽다. 


청양고추는 자칫 물릴 수도 있는 익힌 양파의 단맛을 특유의 매콤하고 개운한 맛과 향으로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달걀물은 반죽의 원활한 배합을 도와주면서 양파전의 풍미를 끌어올리고 고소하면서 촉촉한 맛을 자아낸다.      


팬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르고 달군다.


양파와 청양고추, 달걀물 세 가지 식재료만으로 이뤄진 양파전은 단순한 요리법과 달리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정도로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아 백업 음식으로서 손색이 없다.      


#팔방미인 식재료양파

 양파는 4천 년 이상의 재배 역사를 지닌 유구한 식재료다. 국이나 찌개, 전골은 물론 무침류와 볶음류, 조림류, 데치고 삶는 요리, 고기와 생선 요리, 양념 등 온갖 음식의 단골 식재료로 사용된다. 양파의 매운 향과 단맛이 요리 전반(全般)의 특징적인 맛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천연 감미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익힐수록 단맛이 진하고 깊어져 설탕을 능가하는 것도 양파의 특징이다. 양파는 또 항암 효과를 비롯한 의학적 효능이 뛰어난 대표적인 강장식품이다.      


양파전 반죽을 떠 약불로 조정한 팬에 부친다양파전 하나에 숟가락 두 개 분량의 반죽을 사용한다.


양파의 매운맛과 톡 쏘는 향은 알리신(allicin)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살균과 항균 기능이 매우 뛰어나 항암, 특히 대장암 위험도를 감소시킨다고 한다. 양파 껍질에 많은 항산화 물질인 퀘르세틴(quercetin)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성인병 예방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양파의 섬유질 성분은 장(腸)운동을 원활하게 해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외에 양파에는 비타민 C와 탄수화물, 단백질, 칼슘, 철, 인 따위의 여러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 양파는 또 기름진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중국 요리를 먹을 때 양파가 꼭 등장하는 이유다.     


한쪽 면이 익으면 뒤집개로 뒤집어 똑같이 익힌다.


*양파전 요리 방법

 내 나름의 양파전을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1. 양파 두 개를 다지듯이 잘게 썬다.

2. 청양고추 네다섯 개도 얇게 썬다.

3. 양파와 청양고추를 볼에 넣고 달걀 서너 개를 푼 달걀물과 함께 잘 섞는다.

4. 팬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르고 달군다.

5. 숟가락으로 양파전 반죽을 떠 팬에 부친다. 양파전 하나에 숟가락 두 개 분량의 반죽을 사용한다. 약불로 은근하게 익혀 노릇노릇하게 한쪽 면이 익으면 뒤집개로 뒤집어 똑같이 익힌다.     


알싸하고 달고 고소하고 촉촉하면서 기름진 맛의 양파전은 우리집 주말 밥상의 효자 음식이다.


양파전은 그냥 먹어도 맛있고 진간장과 고춧가루, 참기름, 다진 마늘, 대파를 섞어 만든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독립하기 전 아들과 딸도 아빠표 양파전을 좋아했다. 주말마다 또는 한 주 건너 식탁에 오르는 양파전은 우리집 주말 밥상의 효자 음식이다.      


 알싸하고 달고 고소하고 촉촉하면서 기름진 맛의 양파전은 개성이 강한 식재료끼리 어우러져 매력적인 맛을 내 웬만해서는 물리지도 않는 꽤 괜찮은 백업 음식이다. 양파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반죽하고 부치는 부추전과 쪽파 전, 게맛살 전도 우리집 밥상의 백업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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