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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강 배움의 힘은 지식이 아니라 마음에서 자란다

by 김용석

배움의 힘은 지식이 아니라, 마음에서 자란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육자가 교실 안에서 심리적 안전을 확립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았다(궁금하신 분은 앞 회차들을 읽어보시기를 권유한다). 올바른 대화 방식, 경청하는 태도, 그리고 건강한 세계관과 교실 규범 등—이 모든 것을 교육자가 자기 삶 속에 체화하고, 더불어 자기성장을 향한 의지를 품는다면 교실은 자연스레 안전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왜냐하면 교실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은 결국 교육자이기 때문이다. 교육자의 방향성과 철학은 교실 전체를 비추는 등불이 되어, 학생들의 마음과 행동을 이끌어 간다.


하지만 교실은 교육자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교실은 학생과 함께 만들어가는 배움의 장이다. 그렇다면 학생은 심리적으로 안전한 교실을 위해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할까? 이 회차 이후부터는 심리 안정 교실을 만들어가기 위해 학생들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를 살펴보겠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아차리는 순간에 이미 배움은 시작된다.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없다. 마음자세가 아직 이상적인 모습에 도달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현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알아차림이 곧 성장의 첫걸음이다. 물론 학생이 스스로 알아채도록 돕는 일에는 교육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깨달음을 품고 꾸준히 훈련하다 보면, 학생은 자신도 모르게 변화된 모습을 어느 날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배움이 가장 깊어지고 성장이 가속화되는 순간을 만드는 것은 지능이나 재능이 아니다. 바로 마음의 자세다. 진정한 배움은 지식을 얼마나 쌓았는가보다 마음을 얼마나 열었는가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른 시선 속에서 자신을 확장하려는 태도—이것이 학습자를 성장으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이다. 이런 태도를 가진 학생은 질문을 멈추지 않고, 발견을 즐기며,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는 기쁨을 맛본다. 마치 빽빽한 가지 사이로 햇살을 향해 힘차게 뻗어가는 나무처럼, 그 마음가짐은 배움의 속도를 높이고 성장을 깊게 한다.


그 차이를 보여주는 예를 상상해 보자.
외국에서 온 두 명의 학생이 있다. 같은 교재로, 같은 시간에, 같은 선생님에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첫 번째 학생은 발음을 틀려도 웃어넘기며, 모르는 문장은 “다시 말해 주세요”라며 기꺼이 질문한다. 새로운 단어를 들을 때마다 눈빛이 반짝이고, 실수마저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반면 두 번째 학생은 틀릴까 두려워 입을 닫고, 질문 대신 고개만 끄덕인다. 수업이 끝났을 때 첫 번째 학생은 실수 속에서 수십 가지를 얻어냈지만, 두 번째 학생은 단어 몇 개만 건졌을 뿐 놓쳐버린 기회는 훨씬 많았을 것이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교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은 바로 전자의 학생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움에 뛰어드는 태도. 교실의 심리적 안전은 결국 모든 학생이 이런 자세로 학습에 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것이야말로 배움이 꽃피우는 토양이며, 함께 성장하는 교실의 참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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