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안정'이 아니고 왜 '심리 안전'인가?
필자가 ‘심리안전 교실’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친구에게 일부 내용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친구가 질문을 했다.
“왜 안정이 아니고 안전이야?”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물론 글의 앞부분에서는 심리안전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설명해 두었지만, 내가 중간 부분만 따로 보냈으니 처음부터 맥락을 읽지 못한 친구 입장에서는 당연히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심리안정이 아닌 심리안전이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정작 나는 그 부분을 빠뜨리고 심리안전 개념만 설명하였던 것이다. 순간 아뿔싸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글의 중간에서라도 왜 굳이 ‘심리안정’이 아니라 ‘심리안전’이라는 개념을 선택했는지 설명하기로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듣는 말은 “심리적 안정”이고, 내가 강조하는 개념은 “심리적 안전”이다. 두 단어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세계를 가리킨다.
먼저, 심리안정은 영어로 psychological stability에 해당한다. 이는 흔들림 없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마치 바람이 불어도 호수의 물결이 크게 요동치지 않고 잔잔함을 유지하는 풍경과 같다. 스트레스나 어려움이 닥쳐와도 감정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균형을 지켜내는 상태, 곧 혼자 있을 때도 느낄 수 있는 내적인 평온이 바로 심리안정이다.
반면에 심리안전은 영어로 psychological safety라 하며, 이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는 공간에서 드러난다. 예컨대 회의 시간에 의견을 자유롭게 말해도 “괜한 소리 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혹은 실수를 드러내도 “괜찮아, 같이 해결하자”라는 반응이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더 용기를 내어 이야기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심리안전은 바로 이러한 관계와 환경이 주는 신뢰감을 뜻한다.
정리하자면, 심리안정은 내 마음이 스스로 잔잔할 때의 내적 상태이고, 심리안전은 누군가와 함께할 때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관계적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심리안정이 개인의 내면을 지탱해주는 뿌리라면, 심리안전은 그 뿌리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해주는 토양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교실에서 학생 개인이 느끼는 심리안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심리안전이라고 생각하여 이 용어를 선택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개념이 서로 완전히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내 마음이 안정될수록 공동체 안에서 안전을 더 잘 느낄 수 있고, 또 안전한 환경은 다시 개인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하나는 개인의 내적 평화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신뢰다.
결국 교실은 학생이 마음속의 안정과 동시에 공동체적 안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과 배움이 제대로 꽃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