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두 부류의 아이들을 자주 만난다.
한쪽은 애초부터 수업에 큰 관심이나 의욕이 없는 학생들이고, 다른 한쪽은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참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힘이 빠지고 흥미를 잃어가는 학생들이다.
심리학이나 외국어교육 분야에서는 전자를 비동기화(amotivation), 후자를 탈동기화(demotivation)라고 부른다. 단어는 다소 낯설지만, 쉽게 말하면 이렇다.
비동기화: 처음부터 할 마음이 없는 상태
탈동기화: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는데 점점 식어버린 상태
탈동기화는 생각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이건 불가능해”라는 믿음이 자리잡을 때, 처음의 의지는 흔들리고 도전하려던 불씨는 꺼져 버린다. 그래서 좌절감, 허탈감, 실망 같은 감정이 마음을 덮어버리고 만다.
반면 비동기화는 생각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이건 의미 있다 혹은 없다”라는 판단조차 시작되지 않으니 마음속에 동기가 싹트지 않는다. 이때 나타나는 건 무관심, 무감각, 흥미 결여 같은 정서적 공백이다.
행동에서도 차이는 분명하다. 탈동기화된 학생은 처음엔 적극적으로 참여하다가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고, 결국 행동을 멈춘다. 비동기화된 학생은 아예 행동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삶에 비유하면, 한때는 분명 삶의 의미를 붙잡았는데 상실의 경험으로 “내가 하던 일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탈동기화이다. 반대로, 애초에 삶의 목적이나 의미를 찾지 못했다면 그것은 비동기화라 할 수 있다.
현장에서 보면,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조차 이 두 개념을 구분하지 못한 채 단순히 “동기가 없다”는 말로 뭉뚱그려 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는 중요한 차이를 놓치는 것이다. 왜냐하면 처방이 다르기 때문이다. 탈동기화된 학생은 불씨가 꺼진 것이니, 다시 불을 지펴 주는 접근, 예를 들어 격려나 의미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비동기화된 학생은 불씨 자체가 없으니, 불씨를 붙일 장작과 성냥을 마련해 주는 접근이 필요하다. 관심의 계기를 제공하거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그 처방이 다르면 효과가 사라질 것은 분명하다. 마치 겉보기엔 비슷한 증상이라도, 의학에서 감기와 독감, 천식과 기관지염을 구분하듯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비슷해 보여도 원인과 치료법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구분되어져야 한다.
이 차이를 아는 것은 교사에게만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학생 스스로도 자신의 상태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학생 자신이 지금 한때는 의욕이 있었지만 꺼져버린 상태(탈동기화)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불씨 자체가 없는 상태(비동기화)인지를 구별하는 것만으로도 회복의 길은 달라질 것이다.
작은 바람에도 꺼질 수 있는 불이 있는가 하면, 작은 불씨 하나만으로도 어둠을 밝힐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 알아차림이야말로 다시 불을 붙일지, 아니면 불씨를 처음부터 찾아야 할지를 결정짓는 첫걸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