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배우면 왜 가슴이 두근거릴까?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상황을 경험해 본적이 있는가? 외국어를 배운 지 몇 달 된 어느 날, 지하철에서 외국인이 길을 물어온다. “Excuse me…”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틀리면 창피할 거야.’
‘발음이 웃기면 어떡하지?’
분명 며칠 전까지 교재 속 문장은 술술 읽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무대 위에 올라간 배우가 갑자기 대사를 잊은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이런 순간을 단순히 “내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외국어 불안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목표를 세우는 방식과 완벽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목표에도 성격이 있다
목표라고 다 같은 목표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목표를 다음 네 가지로 구분한다. 당신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가? 용어가 조금 익숙하지 않더라도 내용에 초점을 맞춰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숙달접근형– 배우는 과정을 즐기며 도전하는 목표를 세우는 유형
“새로운 표현을 배우면 뿌듯해.” 숙달접근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잘하게 되기 위해 기꺼이 도전하는 태도’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비교의 대상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어제의 나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이번 주에는 새로운 표현 10개를 배우고 써봐야지”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이미 숙달접근형 학습자이다. 이들은 성취를 ‘남들보다 잘했느냐’로 판단하지 않고, ‘내가 얼마나 성장했느냐’로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나 시행착오를 부끄러워하기보다, 그것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계단으로 여긴다.
쉽게 말해, 숙달접근형 학습자는 외국어 학습을 시험이 아닌 ‘모험 여행’처럼 받아들인다. 새로운 문법 구조를 배우는 건 마치 새로운 도시를 탐험하는 것 같고, 발음 교정을 하는 건 현지 식당에서 처음 주문해 보는 일처럼 신나는 도전이다. 이 태도에서는 실패조차도 ‘여행 중 길을 잘못 들어 발견한 숨은 명소’처럼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 그래서 숙달접근형 사람들은 배우는 과정에서 불안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호기심과 기대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설마 이런 유형의 학생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은 랩송을 그렇게 좋하해서 영어 랩송을 배우고 익히는 것으로 영어 실력을 쌓아올리는 학생을 본적이 있다. 이런 유형의 학생은 성취감도 높아서 실력도 동시에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숙달회피형– 배우고 싶지만 목표의 실패가 두려운 유형
“실수하면 내 실력이 드러날까 봐 무서워.” 숙달회피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혹시 실패할까 봐 그 상황을 피하려는 태도’이다. 목표 자체는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영어 회화 실력을 키우고 싶다”라는 생각은 강하지만, 동시에 “말하다가 틀리면 사람들이 날 무시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발목을 잡는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그 실수가 곧 ‘내 실력의 한계’로 낙인찍힐까 걱정한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이나 기회를 앞두고도 머뭇거리게 되고, 심지어 기회가 와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숙달회피형 학습자에게 외국어 학습은 마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경치 좋은 전망대에 오르는 상황과 비슷하다. 정상에 올라가 멋진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난간 근처로 가는 순간 다리가 떨려서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표현을 배우거나 말하기 기회를 잡을 때, “혹시 내가 못하면?”이라는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먼저 떠올린다. 결과적으로 학습의 폭은 좁아지고, 발전 속도도 느려진다. 하지만 이 성향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실수를 안전하게 받아들이는 환경이 조성되면 조금씩 숙달접근 쪽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런 유형을 위해 심리안전 교실이 반드시 필요하며 도움이 될 것이다.
수행접근형– 다른 사람보다 잘하려는 목표 설정형
“내가 반에서 제일 잘해야지.” 수행접근은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학습의 주된 원동력인 태도이다. 여기서 기준은 어제의 나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영어 회화반에 새로 들어간 사람이 “이번 달 안에 반에서 내가 제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다짐한다면, 그는 수행접근형 학습자이다. 이런 사람들은 경쟁 상황에서 특히 에너지가 솟구치며,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면 강한 만족감을 느낀다. 시험 점수, 말하기 속도, 어휘의 수준 등 눈에 보이는 비교 지표를 중시하는 편이다.
수행접근형 학습자에게 외국어 공부는 마치 달리기 경기와 같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건 물론, 옆 트랙의 사람보다 한 발짝이라도 앞서는 게 목표이다. 이 태도는 경쟁심이 학습 동기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경쟁에서 밀리면 동기와 자신감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따라서 수행접근형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비교’뿐 아니라 ‘자신의 성장’에도 의미를 두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심리안전 교실에서 이런 유형의 학생들에게 자신과 경쟁하는 훈련으로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수행회피형– 다른 사람보다 못하지 않으려는 목표 설정형
“최소한 꼴찌는 되지 말아야 해.” 수행회피는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움직이는 태도이다. 여기서 핵심은 성공을 향한 열망보다 실패를 피하려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 회화반에서 “발표 시간에 말하다가 틀려서 반에서 제일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수행회피형에 해당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못한 성과를 내는 것을 큰 실패로 여기기 때문에, 위험해 보이는 활동이나 도전적인 상황을 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수행회피형 학습자에게 외국어 공부는 마치 시험에서 낙제만 면하려고 공부하는 학생과 같다. 목표는 상위권이 아니라 ‘최소한 하위권에 들지 않기’이다. 그래서 학습 방식도 소극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꺼리며, 검증된 안전한 방법에만 의존하려 한다. 이런 태도는 당장의 불안을 줄여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실력을 크게 향상시키기 어렵게 만든다. 수행회피형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못하면 안 돼’라는 생각 대신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자’는 접근형 사고를 조금씩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글이 조금 길어졌다. “나는 어느 유형에 속하지?”라고 질문을 던져보고 자신에 대해 조금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용어 설명이 필요하다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핵심은 자기 자신의 목표를 가지는 성향이 어디에 속하는지 자신에게 질문해 보고 자신의 모습을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