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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gito Feb 04. 2024

비밀연애는 계단에서 이루어진다

사랑은 one way ticket

"나 화장실 갈 건데"

"나 허브에 커피 받으러 갈 건데"

"11층에 내려갈 일 있는데"


비밀연애 중 회사 내에서 는 허락된 공간과 시간은 

화장실 갈 때, 커피 받으러 갈 때, 다른 층으로 유관부서 만나러 갈 때이다


화장실 가는 길 복도에서 마주치면 소심하게 허리춤 위로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던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다

나 또한 신진대사가 원활했음에도, 그녀를 복도에서 잠깐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따라갔다가 손만 씻고 나오곤 했다


압권은 계단이다

계단에서는 울리기 때문에 사람이 오는지 쉽게 파악된다

그리고 1개 층 이동도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에

비밀연애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일단 위아래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짧은 찰나에

포옹이라도 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어쩌면 포옹보다는 몰래 한다라는 스릴을 즐긴 거 같다

(평상시에는 포옹을 잘 안 했기에)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비밀이란 없는 법이다

생각해 보니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은

보통 혼자서 자기 의지에 의해 걸어 다니는 사람이다

환경이든 다이어트든


아무도 같이 계단을 같이 걸어다니지 않는다

계단이 함정이었다

화장실과 커피마실때만 같이 할 걸...


결국 계단에서 연애하는 변태커플로 회사에 알려졌다

우리회사 계단은 창문도 없기에 답답함과 탁한 공기로 인해

사람들이 더욱 이용하기 꺼려하는 공간이다


반면에

창문이 없기에 더욱 밀폐된 공간의 비밀스러움과

탁한 공기로 인해 정신적 몽롱함이 생기고

마지막으로 누군가 올 수도 있다라는 불안감이 더해지면

그 짧은 시간에도 서로를 사랑함을 느낄수 있다


계단에서 어디까지 해봤어?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엇을 기대하는 것인지.....

어떤 답을 해야 그 의문에 충족을 시켜줄 수 있는지..

어짜피 무엇이든 답해도 믿지도 않을거면서...

꼭 육체적행위가 쾌락과 만족을 주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만들어주는 정신적 쾌락이라는 것이 있다

계단에서 몰래 데이트를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같이 계단을 내려가긴 했어도

같이 올라오지는 않았다

각자 업무를 핑계로 만났지만, 어쨌든 업무는 해야했기에

돌아오는 길은 각자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우리에게 계단은 같이 가는 곳이지

혼자서는 갈 일이 없는곳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금의 우리사이같다

갈때는 같이 갔지만

돌아오는 길은 너무 멀었다

아니 모두 돌아 올 생각도 안한다

지금은 각자 알아서 갈 길을 가고있다


사랑할 때는 같이 가지만

사랑이식으면  돌아오지 않는다

사랑은 갈때만 이용하는 원웨이 티켓이다

by cog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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